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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인가?…‘막말판사’ 징계는 없고 예산만 2억 낭비
뉴스종합| 2014-09-03 09:21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법정에서 막말을 하는 판사들에 대한 법원의 징계가 대부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막말판사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원이 이들을 근절하겠다는 명분으로 쓴 돈은 지난 2009년부터 올 8월까지 2억원이 넘어 돈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3일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판사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에 대해 사건 당사자가 제기한 진정 건수는 6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09년 11건, 2010년 7건, 2011년 18건, 2012년 13건, 지난해 18건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서면경고를 포함해 징계조치가 이뤄진 것은 단 2건에 불과했다. 진정 내용에 판사의 구체적인 발언이 들어가 있는 경우에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특별한 조치없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판 도중 판사가 사건 당사자에게 막말을 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사법당국의 징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전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A 씨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상대방과 합의하라는 재판장의 권유를 뿌리치자 “칠십이 넘어서 소송하는 사람은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는 답만 돌아온 것이다. A 씨는 법원에 담당 판사가 막말했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판사에 대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B 씨도 지난해 5살 딸아이가 갑자기 나타난 개에 물려 왼쪽 얼굴에 중상을 입자 민사 소송을 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상대방과의 조정에 응하지 않자 담당 판사가 “애도 잘못이 있네, 왜 개한테 물려”라고 다섯살 난 여자아이에게 개한테 물린 책임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이 판사도 징계는 피해갔다.

이혼소송에서 판사가 원고인 남편에게 “집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 부인 보는 앞에서 나쁜 짓을 하면 이혼할 수 있다”고 하거나 가사사건 당사자에게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라고 한 경우도 징계없이 지나갔다.

“형편이 어려운데 왜 재판을 하냐”거나 “법원에서 소송구조까지 받는 주제에”라는 식으로 인간적 모욕감을 줬다는 진정에도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반면 막말판사 근절 명목으로 들어간 비용은 억대가 넘는다. 대법원은 판사들의 부적절한 법정언행의 원인분석과 방지대책을 목적으로 외부연구용역에 지난 2009년 7월부터 올 8월까지 약 5년간 총 2억24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법관의 재판 진행이나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도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435건이었던 재판 관련 불만은 지난해 1230건으로 2.8배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 벌써 716건이 접수됐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막말판사를 근절하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외부 용역에 막대한 돈을 쓰기보다 법원이 자체 징계를 강화하는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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