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현장에서] 송광호의 긴박했던 40여분
뉴스종합| 2014-09-04 08:35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예상을 깨고’란 표현은 틀렸다. 예상이 애초에 틀렸던 것이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지난 3일 부결된 것에 대한 소견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원칙대로 간다”는 말은 “원칙대로 (부결로) 간다”는 의미였고, 김무성 대표의 “방탄국회는 없다”는 말은 “(야당을 위한) 방탄국회는 없다”는 뜻이었다. 정치인의 말을 액면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나온 ‘예상’은 그래서 애초에 틀릴 수밖에 없었다.

송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당일 숨가쁘게 움직였다. 오전에는 송 의원 보좌진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 의원회관실을 돌면서 친전을 돌렸다. 친전엔 ‘결백’, ‘양심’, ‘성실’, ‘증명’ 등 절절한 단어들이 쓰였다. 팩스나 이메일이 아닌 직접 돌리는 친전은 드문 경우다.

송 의원은 본 회의장 입구도 지켰다.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의원들 한명한명을 상대로 인사를 건넸다. 그의 ‘잘 부탁’이란 말의 의미를 모르는 국회의원들은 없었다. 송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억울함’과 ‘결백함’을 강조했다. 좋은 처분(선처)을 부탁드린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엔 참여치 않는 관행을 깨고 그는 투표도 했다. 투표 줄을 서서도 그는 의원들에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투표를 마친 다음엔 긴장한 탓인지 잠깐 본회의장을 벗어났다 5분쯤 뒤 돌아왔다.

개표가 시작되고 나서도 송 의원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때 새정치연합 전순옥 의원이 박지원 의원에게 무엇인가 말을 전했다. 박 의원은 이를 받은 듯 곁에 앉은 송 의원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송 의원의 얼굴이 밝아진 것도 이 때부터였다. 개표 결과 발표 5분전이었다. 당시 단상 옆에 마련된 개표테이블 위에선 투표 용지 묶음을 세는 기계 소리가 났다. 개표테이블에 있던 한 의원은 송 의원쪽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X’를 지어보였다. 개표 발표 2분전이었다. 부결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부결이었다.

개표 결과가 나오자 송 의원의 ‘굽신’ 태도는 돌변했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그에게 기자가 ‘방탄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방탄은 무슨 방탄이냐”고 쏘아 붙였다. 그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주권을 받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국민 대다수는 그가 누린 오늘의 ‘불체포 특권’을 없애야 할 특권이라 생각한다. 그의 지역구 충북 제천단양 주민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날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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