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섬세한 소통·감성터치에 많은 노력”
뉴스종합| 2014-09-05 11:16
여성이라 못한다’ 선입견 불식 앞장
리더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필수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물류업계, 그중 DHL코리아 최상위 영업채널인 글로벌영업(GMNC)팀에는 평균 43세에 이르는 나이 지긋한 남성들을 이끌고 있는 여성 리더가 있다. 박미림(49ㆍ여ㆍDHL코리아 채널매니저·사진) 씨가 그 사람이다.

박 씨는 DHL코리아 내 유일한 여성 채널 매니저(팀장)로 일하고 있다. 총 1200명에 이르는 DHL코리아 임직원 가운데 상위 7위 안에 들어가는 박 팀장은 국내 대기업 시스템에서는 이사급에 해당하는 주요 임원이다.

글로벌영업을 앞에서 이끌고 있는 그녀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여성이란 이유로 많은 역경에 부닥쳤다. 지난 1988년 대학을 갓 졸업하고 24세의 나이로 DHL코리아에 입사할 때만 해도 여성에 대한 차별은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했다. 승진 시험도 남자직원에게만 주어질 때였다. 처음 맡은 일은 인천에 위치한 게이트웨이에서 한미행정협정(SOFA) 관련 물품 통관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박 팀장은 “업무 상 군용 지프차를 타고 덩치 좋은 흑인 미군과 단둘이 세관을 같이 가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이에 참 겁이 없었단 생각이 든다”며 “당시 일에 있어서만큼은 여자라서 못할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일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일에 대한 열정은 그녀에게 ‘출산 후 업무에 복귀한 첫 여직원’이란 기록을 만들게 했다. 임신만으로도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당시 물류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박 팀장은 “내가 좋은 선례를 만들면 여직원에 대한 임원들의 선입견도 깨고 후배 여직원 스스로 임신과 출산을 한계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임신 중에도 더 당당히 일하고 출산 후에도 60일만 쉬고 바로 업무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녀도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남자처럼 행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 상사들은 그런 그녀를 오히려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녀는 “남성처럼 되기 보단 여성이 갖고 있는 장점인 부드럽고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감성 터치’를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미래 여성 리더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박 팀장은 폭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잘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업무 역량을 쌓는 동시에 활발한 인적 네트워크도 갖춰야 한다”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채 남성 중심의 문화만을 탓하기보다는 자기 주변에 있는 팀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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