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얼굴없는 리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3).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칼리프(최고지도자)가 2개월째 ‘섬뜩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철저한 비밀주의를 추구하는 바그다디는 지난 6월 29일 이라크 북서부 점령지에서 이슬람국가 건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칼리프에 올랐다. 이후 7월 5일 돌연 이라크 모스크(사원)에 나타나 “내가 알라에 복종하는 한 너희도 나에게 복종하라”고 연설한 동영상을 배포한 뒤 자취를 감췄다. 이는 9.11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방묘연, ‘빈라덴’과 닮은꼴 행보=바그다디는 ‘오사마 빈 라덴의 진정한 후계자’로 평가된다. 무자비한 테러리즘과 은둔생활이 빈라덴과 닮은꼴이다. 바그다디는 IS대원 앞에서도 복면을 쓰고 연설해 공개된 사진이 2장 뿐일 정도로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 ‘이슬람국가(IS)’가 유포한 동영상의 한 장면. 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로 보이는 남성이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아사히신문]

바그다디의 행적에 대해서는 이라크 탈출설과 시리아 잠적설 등 분분하다. 지난달 말 이라크 현지신문 사바흐가 “바그다디가 차량행렬과 함께 시리아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5일 “미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소재파악이 가능한 정보발신을 자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바그다디에 현상금 1000만달러(약 100억원)을 걸고 있다.

▶축구광(?) 바그다디=바그다디는 1971년 이라크 사마라에서 태어났다. 이라크 바그다드대학에서 이슬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닥터 아브라힘’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차분한 성격으로 축구팀 에이스로도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동급생들은 “그가 과격파도, 반미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바그다디가 언제부터 과격사상에 심취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1996~2000년 알카에다 중심세력이 잠복해 있던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면서 시작된 것으로 관측된다. 아사히신문은 “IS의 전신인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를 이끌다가 2006년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와 함께 생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바그다디는 4년간 미군의 포로생활을 하기도 했다. 2003년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2005년 미군에 포로로 붙잡혀 2009년 석방됐다. 그러나 바그다디는 이라크내 포로 수용소를 이슬람 무장세력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는 기회로 활용했다.

바그다디는 2010년 IS 3대 지도자에 오른 뒤 시아파 모스크와 경찰서를 겨냥한 테러를 자행했다. 그러다 2013년 “무단으로 시라에에 들어가 활동했고, 그 방법이 잔인하다”는 이유로 알카에다 지도부에서 ‘파문’ 당했다.

알카에다 분파에서 과격노선을 이유로 퇴출당한 바그다디는 이후 ‘이슬람국가’를 선포하고 이라크와 시리아를 연결해 칼리프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다스리는 중앙집권적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 언론인 참수 동영상 등 바그다디의 인터넷 활용 홍보전략이 전세계 모든 반정부 조직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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