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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송혜교 "'군도'-'도둑들' 같은 멀티캐스팅 작품 해보고파"
엔터테인먼트| 2014-09-08 13:50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아이콘이었던 송혜교는 팜므파탈의 기생, 겁 없는 새내기 PD,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무속인, 교통 사고로 하루 아침에 약혼자를 잃은 여자, 마음이 얼어붙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시각장애인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신보다 빨리 늙어가는 아들을 지켜봐야 하는 서른 셋의 단단한 엄마 미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지난 3일 개봉한 '두근두근 내 인생'은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열일곱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열일곱을 앞두고 여든 살의 신체 나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줄거리만 봐도 눈물을 쏟는 슬픈 이야기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두근두근 내 인생'은 웃음과 눈물을 적절히 교차시켜 유쾌함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때 흔히 볼 수 있는, 틀에 박힌 신파의 영화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했죠. 캐릭터들이 무겁거나 우울할 수 있는데 엄마 아빠의 캐릭터 자체가 철 없고 말광량이고, 친구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마음에 들었어요. 편안하면서 웃을 수 있는 신이어도 그 웃음에서 슬픔이 오는 것들도 참 좋았고요. 무엇보다 감독님 연출에 대한 믿음이 컸죠. 감독님이라면 조금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현재에 어울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돌 그룹을 꿈꾸던 전설의 씨X공주 17살의 미라는 이제 엄마가 돼 80살의 신체나이를 가진 16살의 아들 아름(조성목 분)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인물이다. 송혜교는 미라를 통해 억척스럽지만 아들을 위해서는 한 없이 희생하는, 미라를 연기했다. 엄마가 되본 적 없는 그였지만 눈빛과 대사, 행동 등 연기적인 요소는 한층 더 깊어져있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강한 모성애를 요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면 제가 연기하기 너무 힘들었을꺼에요. 극중 미라는 저와 동갑이고, 친구같은 엄마라는 편안함이 있다보니 다가가는 것이 덜 부담됐었던 것 같아요. 계속 슬픔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밝은 와중에 슬픔이 중간중간에 터치해주는 것이 많았죠. 과하지도 않은, 덜하지도 않은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 좀 어렵긴 하더라고요. 저 혼자 마냥 (연기를) 해버리면 지나칠 때도 있고, 안할 때도 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어요."

송혜교는 미라를 연기할 때 자신의 엄마를 많이 참고해 연기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송혜교는 엄마에게 무뚝뚝한 딸로 애교와는 거리가 먼 타입이라고 전했다.

"저는 집에서 엄마에게 무뚝뚝한 딸인 것 같아요. 반대로 어머니가 소녀같고 유쾌하시죠. 어렸을 때붜 애늙은이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명량하고 쾌활한데 집에만 가면 과묵해지고 무뚝뚝해지는 것 같아요.(웃음) 어머니가 하소연하더라고요 '애교가 많은 딸을 낳고 싶었다'고요. 친한 분에게는 살갑게 되는데 가족에게는 왜 더 잘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행동이 잘 안되네요."

"미라를 연기할 땐 엄마를 많이 떠올렸어요. 어렸을 때 엄마 어린시절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엄청 말광량이셨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 미라보다 더 장난 많고 끼도 많으세요. 노래도 잘 부르시고요. 정말 미라랑 비슷한 점이 많으세요. 처음에는 롤모델로 엄마를 잡은 건 아니었는데 촬영하다보니 자연스레 엄마가 생각나더라고요."



'두근두근 내 인생'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2011년 출간되자마자 3개월 만에 14만부의 판매부수를 기록해 그 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만큼 책은 많은 인기를 얻었다. 많은 영화들이 인기있는 소설이나 만화 등을 영화로 재탄생시키지만, 독자가 그리는 상상력이란 강력한 무기를 지닌 책을 뛰어넘기란 여간해서 어렵다. 이런 부분은 고스란히 감독과 배우의 부담감으로 적용된다.

"원작은 안 읽어봤어요. 제 작품을 위해 급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큰 맥락과 대사도 많이 가지고 책에서 많이 가지고 왔어요. 저는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려고 했어요. '두근두근 내 인생'이 팬이 많잖아요. 그런 작품일 수록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은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것 것에 너무 부담을 갖고 연기해버리면 놓치는 것들이 많아서 많이 생각 안하려고 해요. 감독님이 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고자하는 건 촬영 전에 많이 대화를 나눴어요. 추구하는 것들, 담으려고 하는 것들에 대해 매번 저희에게 이야기해주세요."

송혜교는 극중에서 사투리를 구사한다. 깔끔하게 표준어를 쓰는 송혜교를 주로 접해서인지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모습은 상당히 새롭게 다가왔다.

"제가 어렸을 적 대구에서 오래 살아서 사투리가 심했어요. 데뷔 초에 인터뷰할 때 다들 사투리를 지적하셨었거든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지금은 사투리를 다 고쳤는데 다시 사투리를 하려니 잊어서 막막하더라고요. 선생님을 만나서 연습을 계속하니 예전 사투리들이 다시 또 나오더라고요. 그나마 조금 수월하게 할 수 있었어요."

송혜교는 지난 2010년 옴니버스 영화 '카멜리아-러브 포 세일'에 이어 강동원과 동갑내기 부부로 재회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비주얼 배우의 만남은 개봉 전부터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두 사람의 진짜 호흡은 어떨까.

"강동원과는 실제로 친한데 저랑 잘 안맞아요.(웃음) 이야기 할 때 주제가 잘 맞는 친구가 있고 안맞는 친구가 있잖아요. 그 주제가 저랑 잘 안맞아요. 서로 '내 의견이 맞다'고 티격태격하는 스타일이에요. 아 그렇다고 싸운 적은 없어요.하하."



'두근두근 내 인생'은 가족의 사랑, 부모의 희생을 조명하지만, 그 안에서는 지나가버린 청춘에 대한 물음도 담았다. 강동원은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서른 셋의 송혜교에게 지나가버린 청춘이 되버린 20대의 삶은 후회가 없어보였다.

"학교다니면서 공부하는 것 빼고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린 것 같아요. 어린 나이부터 일도 열심히 하고 가족도 잘 지켰고,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연애도 해봤고, 친구와도 놀러다녔고, 여행도 많이 했어요. 후회없는 20대를 보낸 것 같아요."

반면에 배우로서 20대에 더 많은 작품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남았다. 또 20대와 30대가 된 지금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송혜교는 전에 자신도 느끼지 못했던 연기에 대한 욕심과 갈증을 품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이 연기를 하는 송혜교는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었고, 그만큼 연기도 자연스레 깊어졌으리라.

"연기에 대해서는 아쉬운게 많아요. 20대 때도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는데 지금과 연기를 하는 자세와 태도가 달라졌어요. 그 때는 내가 제일 부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촬영 끝나면 놀러가고싶었고요. 어려운 촬영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내 역할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러다 왕가위 감독님과 작업하고 한국에 돌아오니 여기에서 연기하는 소소한 모든게 소중한거예요. 낯선환경에서 중국말로 연기하는게 힘들었는데 한국에서선 너무 편한거죠."

"30대 때부터 연기가 재밌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촬영 끝나고 무조건 집에 가기 바빴는데 지금은 현장에 남아서 상대방이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보기도 하고, 감독님과 내일 촬영할 신에 대해 더 이야기도 나누고요. 어려운 신이 있으면 지금보다 더 어떻게 더 끌어내볼까 고민도 하게 됐어요. 내가 달라져야지 하고 바꾼게 아니라 어느 순간 정신차려보니 제 자신이 많이 바껴있더라고요. 중국촬영이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많은 작품을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던 송혜교. 워낙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비슷한 역할만 제의가 들어왔었고, 자연스레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그는 그런 아쉬움을 털어내고 앞으로도 자신의 틀을 깨는 역할들로 대중과 만날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가 생각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지 못해서 스릴러물 같은 장르물도 해보고 싶어요. 악역도 해보고 싶고요. 저는 현장에서 항상 많아봤자 세 명의 배우들과 호흡하는 작품이 많았기 때문에 '군도:민란의 시대'나 '도둑들'처럼 선배님과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작품도 하고 싶어요. 그분들과 같이 호흡했을 때 제 어떤 모습이 나오나 궁금도 하네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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