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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 테러 충격서 벗어나지 못한 미국인
뉴스종합| 2014-09-12 10:40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9ㆍ11 테러가 발생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이는 인터넷에 그 날의 상황을 생생히 떠올리며 “잊을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테러를 온몸으로 겪었던 생존자들은 여전히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아리 플레이셔 전 백악관 대변인은 9ㆍ11 테러 13주년을 맞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당일의 긴박한 상황을 현장감 있게 설명하는 글을 게재했다.

플레이셔 대변인에 따르면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6분 알카에다에 의해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WTC) 노스타워 건물에 충돌한 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엠마 부커 초등학교에 방문 중이었다.

2001년 9월 11일 엠마부커 초등학교에서 테러 소식을 듣고 대응을 논의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자료=아리 플레이셔 전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당시 자동차에 탑승하고 있었던 그는 “8시 50분즈음 비행기가 WTC 건물에 부딪혔다는 소식을 무선 호출기를 통해 들었다”면서 “곧바로 대통령께 알려드리기 위해 차에서 허겁지겁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그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는 학교 관계자들과 악수를 하는 중이었고, 이들과 악수를 마친 후에야 칼 로브 전백악관 정치 고문으로부터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때 그들은 “이것이 ‘사고’(accident)인 줄 알았다”고 플레이셔 대변인은 회고했다. 9시께 부시 대통령이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 전화를 걸어 사태 수습을 당부했을 때도 단순 사고라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때문에 그는 한 교실에 들어가 읽기 수업을 참관하는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그러던 중 9시 3분께 두 번째 비행기가 WTC 사우스타워와 충돌했고, 2분 뒤 앤디 카드 당시 백악관 수석 보좌관이 교실에 들어와 부시 대통령에게 이 사실과 함께 “미국이 공격을 받았다”고 알렸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그 자리를 곧바로 떠나지 않고 수업을 계속했다. 비판거리가 되기도 했던 이같은 행동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훗날 “생각을 모으고 진정의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고 플레이셔 대변인은 설명했다. 취재진이 잔뜩 몰린 그 자리에서 갑자기 나가 온 나라를 불안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부시 대통령은 교육에 대한 연설이 예정돼있던 9시 30분, 학교 체육관에 모인 기자들에게 “오늘 우리는 국가적 비극을 맞았습니다”라는 말로 운을 떼며 테러 소식을 알렸다. “당시엔 블랙베리나 아이폰, 트위터도 없었다”면서 갑작스런 소식에 충격이 더욱 컸다고 플레이셔 대변인은 떠올렸다.

9ㆍ11 테러 발생 13년 만에 이 같은 글을 올린 데 대해 그는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게 현실이다.

실제 11일 AP통신에 따르면 9ㆍ11 피해자들의 치료기관인 WTC 환경보건센터에 지난 12개월 사이 1100명 이상이 새로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환자 7735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최근 5년 사이 등록한 환자들이다.

WTC 환경보건센터의 노미 레비-캐릭 박사는 “13년이 지났지만 WTC의 재앙의 상처가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이라면서 “생존했다는 죄책감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 센터에 따르면 등록된 환자의 60%는 9ㆍ11 테러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후군이나 불안 장애, 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

아울러 전체 환자의 40%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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