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여성판 다보스포럼 후원…두얼굴의 아베
뉴스종합| 2014-09-12 10:41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일본의 ‘여성판 다보스포럼’이 12일 개막했다. 세계 각계 여성 지도자 약 100여 명을 도쿄로 초청해 여권 신장을 논의하는 국제 심포지엄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 등이 참여한다. 그러나 대표적인 여성 인권 침해 사례인 군 위안부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두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은 성장동력=여성 다보스포럼의 모토는 ‘성장동력으로서의 여성의 힘’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경제 성장에 연결하는 방안과 개발도상국 여성의 권리 확립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아베 총리는 이 포럼을 매년 정례화해 “전세계 경영자 및 정치인이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일명 다보스포럼)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 것”이라며 공언해왔다. 일본의 소극적인 여성 사회진출을 해소시키기 위한 반전 카드인 셈이다. 


그동안 일본 여성들은 특유의 남성 중심 문화 때문에 결혼 후 가정에 머무는 경향이 짙었다. 또 여성을 엔터테인먼트화 하는 사회 풍조도 논란이 됐다.

실제로 일본 여성의 사회진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주요 기업 이사회에 진출한 일본 여성 비율은 1.2%로, 노르웨이 41%와 미국 15%에 크게 못미친다. 또 관리자급은 10%에 불과해 싱가포르(31%)와 독일(43%) 보다 현격히 낮다. 중의원(하원)의 여성 비율도 11.3%로 세계 평균 20%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위미노믹스(아베 총리의 여성 경제참여 활성화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가능성을 여성 인력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오는 2020년까지 고위직 여성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일 단행된 개각에서 여성 각료를 2명에서 5명으로 늘린 것도 그 일환이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이 성별 고용 격차를 줄인다면 국내총생산(GDP)를 13%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베의 여권신장 ‘모순’=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의 여권 신장 움직임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위미노믹스’가 성별 할당제 등 수치화된 목표일 뿐 사회에 만연한 노동 문제에는 눈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일본 주식회사’는 악명 높은 잔업과 비효율적 노동생산성, 특유의 여성 비하 문화 등의 문제를 노출시켜 왔다.

미쓰비시 UFJ 리서치의 야지마 요코 컨설턴트는 “일과 생활의 균형, 노동 생산성, 숙련 여성 노동자, 노동 방식의 다양화에 관한 문제”라며 “이는 일본 기업들이 지난 20년 간 고심해온 것들”이라고 말했다.

성별 할당제도 ‘뜨거운 감자’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세계경제포럼에서 “나는 성별 할당제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여성은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아베의 ‘여성 다보스포럼’이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태도와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국의 여성 인권 신장을 부르짖으면서 2차 대전 당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것에 대한 사죄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정권 차원에서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공분을 샀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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