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박영선 ‘세번째 패착?’…이번엔 이상돈 파동 (종합)
뉴스종합| 2014-09-12 11:20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다 당내 극심한 내홍만 남기고 사실상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두번의 합의안 파기에 이어, ‘세번째 패착’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뒤늦게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을 내세우며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이 교수와 안 전 위원장의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12일 비대위원회 구성과 관련 “(비대위원장의) 외부인사 영입은 혁신과 확장이란 두 개 축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회가 시작되면 국민공감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게 제 생각이었다”면서 “이것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추석 연휴 직후인 전날 이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원내대표의 측근들이 “비대위원장 사퇴는 아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자신의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말을 공식화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이 교수 영입을 둘러싸고 당내 50여명의 의원들이 반대 성명을 낸 것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자신이 비대위원장 직을 내려 놓을테니, 이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해달라는 당내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이날 박지원 의원 등 새정치연합 안팎 상황을 종합하면, 당초 박 원내대표는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을 비대위원장 자리에 내정키로 했다. 안 전 위원장은 ‘진보와 보수’ 구도를 제시하면서, 이 교수를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했고 이를 박 원내대표가 수용하면서 ‘안-이’ 두명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새정치연합의 비대위원장 구성이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 원내대표가 전날 “외부 인사 영입을 추진중”이라고 밝힌 것도 사실상 두 명의 공동 비대위원장에 대한 물밑 교섭이 완성된 상태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간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히는 것에 대한 검토에서 ‘외부의 어떤 인물이 맡을 것이냐’는 퍼즐 조각이 먼저 맞춰져야 외부인사 영입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 전 위원장 대신 이 교수만 전날 집중적으로 언론에 부각되면서 이미 박 원내대표의 외부인사 영입 비대위원장 추진이 어렵게 된 것에서 시작됐다. 당내 의원들은 ‘벌집 쑤신 듯’ 들썩였고, 이 교수가 과거 새정치연합을 향해 내놨던 각종 발언들도 도마에 올랐다. 최민희 의원은 “세번째 패착”이라 주장했고, 김광진 의원은 “수혈 받으려면 같은 혈액형으로 받아야 하는데, A형인데 B형 피를 받는 격”이라 주장했다. “당을 어디에다가 팔아먹느냐”는 거친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이 교수를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출근길에 이상돈 교수가 비대위원장직을 거절했다는 보도에 대해 “아마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아침 회의에서는 자신이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을테니 이 교수를 추인해달라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알려지지 않았던 안 전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진보와 보수’ 구도로 봐달라는 설명 역시 이 교수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려는 박 원내대표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내홍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정청래 의원은 ‘박영선 사퇴 촉구 단식’까지 거론했다. 정 의원은 이날 정론관 브리핑에서 “단독 비대위원장이든 공동 비대위원장이든 이상돈 교수의 영입 카드가 계속된다면 저는 박영선 당대표를 향해서 사퇴 촉구를 하는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를 향해 “박근혜 욕 몇마디 했다고 해서 이성을 갖춘 합리적 보수라 생각하는 그 상상력에 경악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비대위원장 인선은 주말을 기점으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가 이미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상태이고, 새정치연합 당내 분위기도 ‘거부’ 의사가 많다는 점 등도 결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새누리당과의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두번의 합의안 파기에 이어, 이 교수 영입으로 박 원내대표 리더십이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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