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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빨’ 안먹히는 인권위?
뉴스종합| 2014-09-15 11:14
시정 권고받은 기관 5곳중 1곳…‘90일이내 이행’ 회신규정 어겨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책ㆍ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한 기관 5곳 중 1곳은 ‘90일 이내에 이행계획을 회신해야 한다’는 인권위법 규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2012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인권위 권고를 받은 기관 758곳 중 142곳은 90일을 넘겨 권고이행 계획을 회신했다. 또 35곳은 90일이 지났는데도 아예 회신을 하지 않는 등 총 177곳(23.3%)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규정대로 90일 이내에 통지한 곳은 519곳(68.5%)이었고, 나머지 62곳(8.2%)은 답이 없긴 하지만 권고 결정 통보를 받은 후 아직 90일이 지나지 않았다.

애초 인권위법은 권고 이행계획 회신에 관한 기한을 규정하지 않았으나 2012년 3월 ‘인권위 권고를 받은 기관의 장은 권고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이행계획을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고 개정됐다. 이때 권고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그 이유를 알려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는 인권위 권고 후 개선 상황을 파악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다수인보호시설과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 성격을 불문하고 규정을 지키지 않아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짧게는 몇 달, 몇 년씩 지났는데도 아예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인권위 권고를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인권위는 지난해 8월 소대장이 병사에게 욕설과 협박을 한 진정사건을 조사하고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군 훈련소장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1년 이상 회신이 없다.

피권고기관이 회신을 늦게 하거나 하지 않으면 인권위 권고 후에 어떤 식으로 개선됐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기한 내 회신을 강제하거나 이를 지키지 않는 기관에 불이익을 줄 수도 없어 인권위 권고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가 권고한 사건에 대해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한 내 회신을 촉구하고는 있지만 강제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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