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임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수위도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17일 “예상한 시나리오”라며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합동 법무팀 구성 논의 등 발빠른 대응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에 대한 제재근거를 명확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임 회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임회장의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도 그랬듯 본안소송과 별개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은 쉽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를 감안한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임 회장에 대해 쓸 수 있는 압박카드는 크게 3가지다. 우선 KB금융지주 이사회를 통해 임 회장을 대표이사 직에서 해임시키는 것이다. 이날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임 회장 해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대표이사직 해임은 이사회 과반수 의결로 가능한 만큼 당국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비공식 채널을 통한 주주설득을 통해 임 회장을 ‘이사의 직’에서 해임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사의 직은 대표이사의 직과 달리 주주총회 결의사항이다.
개인정보유출 관련 중징계와 LIG손해보험 인수 불가 카드도 압박수단이다. 금감원은 이미 KB금융지주 계열사에 감독관을 파견해 임 회장과 KB금융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유출과 관련, 지주-은행-카드사 연계검사도 진행중이다. 국민은행이 국민카드 분사 후 은행 고객정보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해 지주 수장인 임 회장에게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오는 26일 임시제재심의위 상정이 예정된 가운데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해 제재심위 일정이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LIG손해보험 인수승인 여부도 임 회장과 KB금융지주 이사회엔 압박카드다. 당국이 현재의 경영공백이 LIG손보 인수에 부적절하다고 볼 경우 심사항목의 점수가 낮아 LIG손보 인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의 공조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15일 검찰에 임 회장 등을 고발했다. 금감원은 검찰 요청이 있을 경우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검찰을 통한 임 회장의 압박수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