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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 항암 효과…뽀빠이도 반했던 ‘시금치’의 매력
뉴스종합| 2014-09-18 08:48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어렸을 적 팔뚝에 닻 모양의 문신이 그려져 있는 ‘뽀빠이’는 동경의 대상이 되곤 했다.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시금치를 먹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때면 뽀빠이는 단순히 만화 캐릭터가 아닌 실존 영웅처럼 느껴지곤 했던 것도 사실이다. 뽀빠이 만화가 유명했던 1930년대 미국에서 시금치 소비량이 무려 30%나 늘었을 뿐 아니라, 채소를 싫어하는 꼬마 아이들을 ‘시금치 사랑’에 빠지게 한 것만 봐도 그렇다.

만화적 상상에서 나온 ‘힘과 에너지의 원천’ 시금치. 하지만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시금치의 효능을 알고 나면 그 팔색조 매력은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단순히 팔뚝이 굵어지고 힘이 세지는 것이 아니라, 암(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노화를 막을 수 있는 그야말로 우리 ‘영양의 보고’이다. 


시금치를 먹으면 안경을 안쓴다?....눈 건강에 좋고 뇌 노화도 막는 시금치

시금치가 많이 나는 고장의 노인 대부분은 안경을 쓰는 이가 드물고 작은 글씨도 곧잘 읽어 내려간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시금치 때문이다. 보통 ‘시금치’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영양성분은 비타민A다. 시금치에는 비타민A(RE)가 479RE, 비타민A(베타 카로틴)은 2876㎍이나 된다. 채소 가운데서도 비타민A가 가장 많은 게 바로 시금치라는 애기다.

비타민A는 눈 건강과 직결되는 영양성분이다. 특히 비타민은 약보다는 식품으로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인데, 비타민A는 시금치의 줄기보다는 잎사귀에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또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혈액성분의 근원인 엽록소가 풍부해 피를 맑고 정갈하게 해 준다.

시금치는 또 ‘비타민의 보고’이기도 하다. 시금치 100g에는 60㎎의 비타민C가 함유돼 있는데, 주로 잎 부분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재배 중에 햇볕을 많이 쪼일수록 비타민C의 함유량도 증가한다고 한다. 시금치와 함께 굴, 조개, 계란과 우유 등 비타민12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할 경우 음식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동맥경화와 심혈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시금치는 또 노인실명의 원인이 되는 노인성 황반변성(노화로 시력이 약해지는 증상)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연구팀에 따르면 시금치에 들어있는 색소물질인 루테인(황체)이 노인성 황반변성을 예방한다고 한다.

이는 시금치에 들어있는 루테인이 시금치에 함유된 또 다른 화학물질인 제아산틴과 함께 황반성 색소를 만든다는 것으로, 이 같은 작용이 우리 눈의 망막에 있는 황반이 손상되지 않게 보호하는 효과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시금치에 함유돼 있는 엽산과 같은 항산화 비타민은 활성산소 축적을 억제해 뇌 신경세포의 퇴화 및 뇌의 노화 현상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기억력 감퇴와 심장질환, 뇌졸중 발병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호모시스테인치의 상승을 억제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줄여주는데 효능이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혈액속에 있는 ‘호모시스테인’이라는 물질이 증가하면, 혈관이 자극을 받아 동맥경화가 발생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물질은 ‘엽산’이라는 비타민에 의해 그 나쁜 효과가 없어진다고 한다. ‘호모시스테인’의 나쁜 효과를 없애주는 ‘엽산’이 많이 들은 식물은 시금치 외에도 순무, 근대, 무 잎, 소 간 등이 있다.

■양배추와 먹으면 항암효과는 배 이상...나물로 무쳐 먹어야 하는 이유

시금치는 엽록소와 카로틴이 풍부한 항암식물이기도 하다. 시금치는 또한 노화방지에 탁월한 항산화물질인 코엔자임 큐텐(coenzyme Q10) 뿐만 아니라 철ㆍ엽산ㆍ비타민ㆍ미네랄도 풍부하다. 만약 단 한개의 녹색채소를 먹어야 한다면, 시금치를 1순위로 먹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금치를 먹으면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독일 GIFF연구팀이 18만명의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거주자를 대상으로 8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시금치와 양배추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적게 섭취한 사람들에 비해 췌장암 발병률이 23%가량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바로 시금치에 포함된 플로보놀 성분때문이다. 플로보놀 성분은 항염작용, 항산화작용, 암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들이 시금치를 먹어야 하는 이유다. 췌장암의 주요 원인이 흡연이기 때문. 플라보놀은 시금치 이외에도 브로콜리, 양파, 사과 등에도 풍부하며 녹차와 홍차, 적포도주를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

시금치는 특히 베타 카로틴이 풍부해 4∼5 뿌리를 먹는 것만으로도 비타민A의 1일 필요 섭취량을 충족하게 된다. 베타 카로틴은 산화를 방지하는 성분으로 비타민A의 전구체(선행물질)이며, 특히 항산화 작용을 해 암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 물질이다.

베타카로틴은 기름에 녹는 지용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들기름이나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시금치를 요리할 경우 비타민A의 흡수율을 2∼3배 가량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금치를 오래 삶거나 끓이면 베타카로틴이 삶은 물에 유출돼 버리고 비타민C와 엽산이 파괴되기 때문에 나물로 무쳐먹는 것이 좋다.

기형아를 예방할 수 있는 시금치...엽산의 보고

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이라면 시금치와 친해져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엽산 때문이다. 엽산은 DNA합성과정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암의 예방에 관여하는 물질로 분류된다. 의학계에서는 엽산 결핍이 손상된 DNA를 복구시키는 능력을 떨어뜨리고 암 관련 유전자 이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암예방을 위해서는 엽산을 풍부하게 공급해줘야 하는 것으로 본다. 또 엽산이 부족할 경우 혈청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상승시키는 한편, 동맥경화 및 심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웅 구로제통한의원 원장은 “몸속에 엽산이 부족하면 기형아 출산위험이 커지고 중풍, 치매, 심장병 등이 많이 발병하며, 뇌에서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생산량이 줄어들여 불면, 불안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엽산은 또 태아 초기에 신경관 성장에 매우 중요한 영양소이기도 하다. 시금치 100g에는 엽산이 145.8㎍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임신부의 하루 엽산 권장섭취량(0.5mg)의 29.16%에 해당하는 양이다. 임신부라면 특히 시금치를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금치에는 이와함께 철분도 풍부하다. 철분은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형성에 필요한 물질이며, 신경전달물질, 콜라겐 합성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시금치를 자주 먹으면 철분결핍성 빈혈을 예방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금치는 이외에도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칼슘이 많아서 어린이 성장촉진과 빈혈예방에 아주 효과적이다.

■다이어트에도 효과 만점...식욕 억제해 체중감량에 도움 주는 시금치

다이어터들에게 시금치는 필수 음식물이기도 하다.

스웨덴 룬드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시금치 추출물이 식욕을 95% 억제해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연구팀은 과체중 여성 3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 여성 19명에게는 매일 아침 식사 전 시금치 추출물 5g이 들어있는 녹즙을 복용하도록 하고, B그룹 여성들에게는 시금치 추출물이 들어있지 않은 녹즙을 복용하게 한 뒤 체중 변화를 특정했다.

연구 결과, 38명의 여성 모두 체중 감량 효과를 봤고 평균 3.5kg을 감량했는데, 시금치 추출물을 복용했던 그룹은 평균 5kg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금치 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의 여성은 연구 동안 식이조절 중 가장 힘든 군것질, 야식 욕구도 사라졌다.

연구팀은 이에대해 시금치 속에 들어있는 틸라코이드(thylakoid) 성분 때문이라고 밝혔다. 틸라코이드는 식물 엽록체의 사이아노박테리아에 들어있는 구조물로 뇌에 포만감을 느끼는 신호를 전달해 과식을 막고 장내 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쳐 소화가 느리게 도와준다고 한다.

연구팀은 “시금치는 간식이나 야식과 같은 욕구를 억제해 다이어트를 효과적이고 건강하게 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시금치에 들어 있는 틸라코이드가 함유된 음료를 아침 식사 전에 먹으면 간식 생각이 덜 나고 온종일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시금치, 심부전증 환자는 먹지 마세요...

하지만 약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시금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하게 복용을 하게 되면 요로결석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수산성분으로 인해 칼슘섭취를 저하시킬 수 있으며 신장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신부전증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김 원장은 “시금치는 성질이 차서 몸이 찬 사람이 많이 먹으면 피부에 종기가 나기도 하고, 옥살산이 들어 있어서 칼슘과 결합하여 체내에서 결석을 만들 위험도 있기 때문에 신결석이나 담석이 있는 사람은 지나친 양의 복용을 삼가해야 한다”며 “사상체질 기준으로 볼 때 시금치는 소양인 체질에게 좋은 음식이다”고 설명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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