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3호선 버터플라이 “틀에 갇힌 음악은 NO”…자유로움 발산
엔터테인먼트| 2014-09-22 11:05
홍대 떠나 대학로에서 공연 준비
“소극장 라이브무대 연극처럼 구성
연극 관객과 음악팬 경계 허물 것”

멤버의 다양한 음악적 색깔 조화
전자음등 새로운 악기 실험도 고민


‘당신 누구와 닮았네요’ 라고 얘기한다면 그녀의 마음이 상할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면,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보컬 남상아(43)의 목소리는 밴드 포티쉐드의 그녀, 베스 기븐스의 음울하고 메마른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음표가 가리키는 그 자리에 박지 못하고 떠 흔들리는 목소리, 유령처럼 나타나 뭔가를 읊조리다 일순 사라지는 환상마술 같은 목소리 말이다. 15년차 3호선 버터플라이의 사운드는 그런 보컬 남상아의 몽환적인 자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녀의 작은 몸에서 터져나오는 괴성을 받아내기도 힘들지만 그야말로 무릎이 턱 꺽이게 하는 건 그 특유의 어둠속으로 끌고 가는 낮고 헐벗은 목소리다.

멤버 성기완(48ㆍ보컬,기타)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거나 해도 돼요.” 새로운 음악적 시도도 남상아의 목소리에 묻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때문이다.

10월2일부터 4일간 대학로 해피씨어터에서 5회 연속 릴레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3호선 버터플라이를 지난 18일 합정동 밴드연습실에서 만났다. 15년동안 활동해온 홍대 터를 떠나 대학로로 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은 쉽진 않다. 대중들이 혹할 한, 두곡은 있지만‘ 이게 뭐지?” 싶은 낯선 것들이 대체로다. 남상아는 이렇게 설명했다. “음악은 익숙해지는 거여서 좀 더 다양한게 관심갖고 찾아들었으면 좋겠어요. TV에서 나오는 음악만 듣게 되면 내가 다른 걸 좋아할 수도 있는데 그걸 모르고 살 수 있잖아요.”

“80년대엔 대학로가 음악의 중심이었어요. 동물원, 김광석 등이 대학로 소극장에서 장기공연을 했거든요. 이후 홍대쪽으로 인디씬이 발전하면서 노래공연이 줄어들고 연극위주로 발전하게 됐지요. 이번 공연을 통해 대학로에서 장기음악공연이 가능한지 시험가동해보는 의미가 있어요. 대학로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성기완)

소극장이란 공간적 특성에 맞게 라이브 무대도 좀 다르게 꾸민다. 이를테면 잠, 꿈, 걷기 등 일상적 흐름을 노래한 것들을 연극적구성으로 보여준다. 또 약간의 퍼포먼스도 시도해볼 참이다. 6분 가까이 되는 ‘왠지, 여기, 바다’ 등 한번도 라이브로 연주한 적이 없는 두어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토요일 2회 공연이란 연극문화 시스템도 그대로 따랐다. 연극관객과 음악팬들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각종 음악상을 휩쓴 4집 ‘Dreamtalk’ 의 LP음반 발매를 기념해 올 봄 한달간 유럽 투어를 다녀왔다. 김남윤(38ㆍ베이스)은 “ 7년전 프랑스에 갔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그때는 유럽 힘합문화에 기죽어 있었는데 이제는 왠지 익숙해진 느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인디씬을 한 건물의 구조물에 비유한다면, 3호선 버터플라이는 비상구의 계단에 어울린다. 경쟁하지 않고 내 식대로 내적인 힘을 끌어내 몸을 만들어가는 존재, 스스로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고 그때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추구하면서 느리게 걸어가는 밴드다. 한계까지 밀어붙였다가 힘들면 문을 열고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실험성과 대중성, 현실과 꿈을 오르내리며 긴장을 즐긴다. 이런 모습은 후배 인디밴드들에게 음악하는 또 하나의 스타일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김남윤은 3호선이 오래 유지되는 비결을 “다른 팀들은 성공할려고 경쟁을 하는데 우리는 그게 없다. 이 음악으로 성공할 수 없지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서 그 차이가 큰 것 같다”고 했다. 성기완은 “규정하는게 많으면 스스로 재미없어지는 면이 있다. 느슨한 밴드로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쌓이는게 있다”고 했고, 남상아는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안됐을 때 또 되겠지, 될 때까지 다른 거 하면서 마음이 급하지 않은 것”을 3호선의 체질로 꼽았다.

이런 3호선 버터플라이의 앨범이 나올 때마다 평론가들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새롭고 여전하다’는 말이다. 얼핏 모순어처럼 들리지만 앨범마다 ‘이런 소릴 만들어냈구나, 3호선답다’는 게 꼭 있다. 그래서 안심하게 된다.

그렇다고 매번 새로움을 만들어내겠다는 강박 같은 건 없다. 멤버의 색깔이 다르고 열려있는 구성이다보니 섞이면서 새로운게 나온다는 것이다. 밴드 내 엔지니어 김남윤이 있는 것도 큰 장점. 이질적인 레이어를 비슷한 질감으로 마감하는건 그의 몫이다. 이들은 또 어떤 음악을 지금 만지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성기완의 지금 음악적 화두는 디스코다. “옛날에 별것 아닌거라 생각했던게 저를 규정하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우습게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나였구나 하는 것, 그게 바로 저에겐 디스코거든요. 디스코 세대인데 그거 무시하고 어려운 거 듣는다고 프리재즈,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했는데. 지금 흥얼거림을 하다보면 디스코거든요, 내 밑에 깔려 있는 소리에 솔직해지자는 생각이에요. 이념들로부터 자유로운, 댄서블한 걸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김남윤의 고민은 음악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이다. “기타와 베이스를 들로 사운드를 만드니까 락 틀의 음악밖에 나오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환경을 바꿔보려 해요. 악기가 아닌 다른 도구를 이용해 사운드를 먼저 만들어놓고 노래를 입히는 거죠.”

모아보면 이들의 새로운 음악은 댄서블한 전자음악이 될 공산이 크다. 전자음악의 매력에 대한 성기완의 해석이 남달랐다.

“해상도로 말하면 기타로 음을 밀면 넓게 퍼지면서 해상도가 흐리잖아요, 전자음은 일정한 주파수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해상도가 선명하죠. 톡톡 찌르고 건드리는게 촉각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런 질감들을 찾아내고 싶은 게 있어요.”

‘촉각음악’이 어떻게 구현될지 그의 말대로 다음 앨범이 기대된다. 그 기대는 멤버들에 대한 신뢰에 바탕하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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