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金 착지, 양(양학선) 날개를 펴라
엔터테인먼트| 2014-09-23 11:14
도마의 신 양학선, 25일 결선 출격
강력 라이벌 北 리세광과 한판승부
완성도 핵은 착지…금메달 가를 듯
양2기술 사용…햄스트링 부상 변수



기계체조 도마 부문 세계 최강 양학선(22ㆍ한국체대·사진)이 강력한 라이벌인 북한의 체조 영웅 리세광(29)과의 승부를 ‘착지 싸움’으로 몰고 간다.

양학선은 25일 인천아시안게임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 종목 결선에서 리세광 등 7명의 결선진출자들과 우승을 다툰다. 객관적인 전력상 양학선과 리세광이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양학선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남자 도마를 주름잡았던 리세광은 이번 대회에서 ‘왕좌 탈환’을 벼르고 있다. 예선에서 최고 난도인 6.4의 ‘드라굴레스쿠 파이크’와 ‘리세광’을 무난히 소화하며 1,2차 시기 평균 15.525로 1위에 올랐다. 양학선은 난이도 6.4의 최고 기술을 쓰지 않고 6.0의 ‘여2’와 ‘로페즈’를 구사해 1,2차 시기 평균 15.500으로 2위로 결선에 합류했다.

세계에서 양학선과 리세광만 도마 최고 난도인 6.4의 기술을 두 개씩 보유하고 있을 만큼 이들은 독보적인 존재다. 양학선의 ‘양1’은 도마를 정면으로 짚은 뒤 세 바퀴를 비트는 기술이며, ‘양2’는 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반을 비트는 기술이다. 리세광의 ‘리세광’은 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몸을 굽혀 2바퀴 돌며 1바퀴 비트는 기술이며,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는 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몸을 접어 2바퀴 돌고 반 바퀴 비트는 기술이다.

양학선은 ‘난도 싸움’보다는 ‘완성도 싸움’으로 승부하겠다는 심산을 드러내고 있다. 다소 난도를 낮추더라도 완성도가 높으면 충분히 난도 높은 기술과 승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예선에서도 최고 난도의 기술을 구사한 리세광과 점수 차는 불과 0.025였다.

그가 생각하는 완성도의 핵심은 착지다. 공중에서의 회전과 비틀기는 둘다 큰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다만 체공 중 빠르게 요구 조건을 마쳐야 남은 체공 시간을 이용해 안정된 착지로 이어갈 수 있다. “리세광은 착지가 불안해 감점 요인이 있을 것 같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누가 착지를 더 짧게 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바뀔 듯하다”고 전망하면서 “짧은 착지란, 내가 어깨너비로 움직였다면 리세광은 그보다 더 많이 움직인다는 뜻”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당초 체조계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양학선의 우승은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다. 양학선 대회 직전까지 역시 금메달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신기술인 ‘양2’를 성공시키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2는 코리아컵에서 선보인 바 있으나 아직 국제체조연맹(FIG)에 공식등재돼 있지 않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공식 등재하려던 게 원래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예선 때 양1과 양2를 쓰지 않은 것도 이런 영향이다. 양학선은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쭈그리고 앉거나, 의자에 앉아 허벅지가 의자에 닿으면 통증을 느낀다”며 “(앞선 예선 때도)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나섰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결선에서 일단 양1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꺼내들 가능성이 높지만 양2까지 펼칠지는 미지수다. 당일 상황에 따라 구사할 수도, 다른 기술로 대체할 수도 있다. 그 상황이란 결국 금메달 경쟁자인 리세광이 어떤 기술로 얼마나 높은 점수를 받았느냐다. 만약 리세광이 최고 난도 연기를 선택해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양학선도 양2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학선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 1개를 따내며 한국 체조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2011 도쿄 세계선수권 제패 이후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은 도마 종목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리세광은 이후 2007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획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북한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전 여자 선수의 나이를 속인 사실이 적발되면서 선수단 전체가 2년간 국제경기 출전 정지를 받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2010년부터 2년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리세광은 이후 복귀해서도 과거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리세광은 이번 대회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양학선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의 남북대결은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양학선은 도마 결선에 하루 앞서 24일에는 링과 마루 부문 결선에 출전해 메달을 노린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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