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이번엔 ‘당권 충돌’…새정치, 답이 없다
뉴스종합| 2014-09-24 11:21
문희상 비대위원장 출범 1주일도 안돼
전당대회 ‘모바일 투표’ 놓고 집안싸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거센 비난

출범 1주일도 안된 야당의 ‘문희상 체제’가 또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럽다. 이번엔 ‘모바일 투표’ 등 전당대회 룰을 가지고서다. 차기 당대표라는 ‘대형 판돈’이 걸린 사안이라 어느측의 양보를 기대키도 어렵다. 7월 재보궐 선거 참패와 두번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파기했던 새정치민주연합에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24일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 논란이 일고 있는 ‘모바일 투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풀뿌리 권리당원들에게 투표권을 줘야 마땅하다”며 “먼저 당원들한테 선거권을 주고 그 다음으로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부 대의원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상황 개선이 모바일 투표 도입보다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계파 수장들로 비대위가 구성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천 전 장관은 “이번 비대위는 계파 실세들로 채워졌다. 당 위기를 불러온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계파 기득권의 수장들이 스스로 비대위원이 됐다”고 비판했다.

‘모바일 투표’ 도입은 그간 일반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친노계’가 적극 추진했던 방안이다. 그러나 전당대회 룰로 모바일 투표가 도입될 경우 조직이 강한 ‘친노계’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이길 공산이 크기 때문에 비노계 측에선 ‘결사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소위 ‘쌍문동(문희상+문재인) 체제’라는 비판에 모바일 투표를 옹호하는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발언까지 보태지면서 또다시 당이 휘청거리게 된 셈이다.

문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가)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 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하면 그처럼 명료한 게 어디 있나”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노계 비대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문 위원장에게 발언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드렸다. (모바일 투표는) 문제없는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이고 비대위에서 논의도 안됐다.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이런 시비가 시작되면 안된다”고 반대했다.

‘비대위 구성’을 두고선 비대위에 포함된 계파와 포함되지 못한 계파가, ‘모바일 투표’를 두고선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갈등은 그러나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당대표는 2016년 공천권을 가질 수 있는만큼 ‘판돈’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당장 눈앞의 반발을 무마키 위해 계파 수장들로 비대위를 구성했지만, 이들중 다수가 차기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어 비대위원 간 전당대회 룰 확정을 위한 ‘내부 투쟁’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질 공산이 크다.

추가 비대위원 영입을 두고서도 비대위원들의 ‘텃세’가 적지 않다. 문 위원장에게 정동영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해달라는 요청이 들어갔지만, 박지원, 정세균 비대위원이 정 고문의 영입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와 경제민주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현재처럼 당권 투쟁에만 매몰돼 있다가는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게 될 것”이라며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는 지적을 아프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당이 비상상황이라 만들어진 비대위원들이 당권 투쟁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푸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