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반
‘노마드’ 배달민족 韓 해외관광 지출, ‘짠돌이’ 日 추월
라이프| 2014-09-29 08:42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배달민족’ 한국의 DNA때문인가. 일본인들의 ‘짠돌이’ 성향때문인가.

올해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에 쓰는 돈이 처음으로 일본인들의 해외 관광지출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9일 한국은행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해외 관광지출액은 2012년 206억달러에서 5.3% 늘어난 217억달러(약 22조7천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데 비해, 일본은 279억달러에서 21.9% 줄어든 218억달러를 기록했다.

5년전만해도 100억달러 이상 격차를 보이다가 1억달러로 좁혀진데 이어, 올해엔 일본의 해외관광객 수와 지출액이 20%안팎 감소세가 이어지는데 비해 한국은 7월까지의 누적 해외 관광지출이 113억5600만달러로 증가세를 보여 ‘역전’은 불가피하다. 일본은 인구에서 우리의 2.6배, GDP에서 4배인데, 우리의 시선으로 보면 돈을 안써도 너무 안쓰는 셈이다.

일본 관광지출 감소세 ‘20%’는 엔화가치의 하락 수치와 정비례해 눈길을 끈다. 2012년 말 달러당 86.76엔이었던 달러ㆍ엔 환율은 작년 말 105.04엔으로 21.1% 절하됐다. 해외여행 경비가 그만큼 비싸진 것이다. 올들어 최근 109엔까지 올랐고 연말까지 110엔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일본인의 해외여행 기피는 계속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ㆍ원 환율은 2012~2014년 7%가량 절상돼 우리 국민의 해외지출 부담이 그만큼 줄었다.

한국과 일본 상호방문자 수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 8월 방일한 한국인은 25만1400명으로 작년 8월에 비해 16.7% 늘었지만, 방한한 일본인은 20만8147명으로 23.1% 감소했다. 올해 1~8월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방문은 전년 동기대비 15.1% 줄었다. 그간 국내 관광 당국은 한일 감정 대립으로 일본인 관광객의 방한 줄어든 것으로 오해했지만 실제로 엔화가치 하락이 ‘짠돌이’ 일본인의 방한과 해외여행을 꺼리게 한 결정적 요인인 것이다.

일본 재무성은 최근 지난4월 관광수지가 44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리 자랑할 일만은 아니다. 외국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한국이 일본을 제친 것은 오래다. 지난해 일본은 겨우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한국은 지난해 12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 관광역조 문제가 무역의 새로운 이슈로 대두되면서 상호 무비자 문호를 튼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처럼 내가 방문해야 남도 우리를 찾는 식의 관광ㆍ무역 당국 간 공생협력이 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인의 해외방문과 지출 감소는 장기적으로 일본 관광의 미래를 옥죌 수 밖에 없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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