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박근혜 정부 ‘인터넷 검열’… 野 덮친 ‘카톡 엑소더스’
뉴스종합| 2014-09-29 09:20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정부 당국이 ‘인터넷 상시 검열’을 강조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인사들 사이 ‘카톡 엑소더스(카카오톡 대탈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의원들은 물론 보좌진들도 줄줄이 카카오톡 대신 보안이 뛰어난 ‘텔레그램’으로 옮겨타고 있다. ‘의원 단체 카톡방’을 텔레그램으로 옮기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 27일 ‘텔레그램’을 설치한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은 2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심리적으로 자유와 안전을 찾고 싶은 측면이 크다. 세계 최강의 IT강국이 ‘디지털 검열국’이 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정감사와 대정부 감시 등 야당 의원들의 활동이 정부측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의정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원실 내부망을 카톡 대신 텔레그램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텔레그램’은 모든 메시지를 암호화 해 전송하고, 비밀채팅방 기능, 보낸 메시지 자동삭제 기능(자폭기능) 등을 갖춰 보안성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서버가 해외(러시아와 독일 등)에 있어 한국의 수사권이 미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야당 의원들 가운데 텔레그램으로 갈아탄 인사들은 은수미, 박광온, 한정애, 이원욱, 장하나(이상 새정치연합), 박원석(정의당) 등이다. 원외 야권 인사로는 정동영 상임고문, 금태섭 변호사, 백원우 전 의원, 김경수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표창원 교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 수십여명에 이른다. 새정치연합 부대변인단과 의원실 보좌관 상당수도 텔레그램으로 옮겨탔다. ‘카톡 엑소더스’ 수준이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158명)들 가운데엔 권은희 의원이 유일하게 텔레그램을 설치했다. ‘인터넷 검열’ 후폭풍에 대한 민감도가 여권에 비해 야권이 확연히 높다는 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김진욱 부대변인은 “오늘 주고받은 편한 대화가 내일엔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야권 인사들 사이 크다”며 “검찰은 ‘카톡은 검열 대상이 아니다’고 했지만, 검찰 회의에 카톡 관계자가 참석했다. 천에하나 만에하나를 준비해야 될 때”라고 말했다. 이같은 야권 인사들의 위기감은 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변수 등과 섞이면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자 새정치연합 내에선 아예 ‘의원 단체 카톡방’을 텔레그램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새정치연합 장하나 의원은 최근 카톡방에 ‘텔레그램으로 방을 옮기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언제 압수수색 대상이 될 지 모르는 카톡 대신, 텔레그램에서 자유롭게 대화하자는 취지다.

텔레그램으로의 ‘카톡 엑소더스’가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이는 일회성 바람에 그칠지, 대세로 굳어지면서 야권 인사들의 주요 소통 창구가 될지는 현재로선 예단키 어렵다. 쌍방 소통이라는 메신저앱의 특성상 일정 회원수 이상이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대세로 굳어질 수 있다. 소위 텔레그램이 ‘티핑 포인트(갑자기 뒤집히는 지점)’를 넘어설 수 있느냐 여부다. 기존에도 와츠앱, 바이버 등이 대안 메신저로 부각됐지만, 국내에선 ‘카톡’이 압도적 대세로 굳어진 상태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온다”고 말했고, 다음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설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정부 관계자들과 카카오톡,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간부 등이 참석한 바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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