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봉채 작가, 2014 KIAF 첫 출품
‘비엔날레 작가’로 먼저 알려졌던 손봉채는 이제 소위 ‘아트페어 작가’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국내 갤러리가 아닌 해외 갤러리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내 그의 작품을 각종 아트페어에 출품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손 작가가 국내 최대규모 미술품 거래 장터인 ‘2014 한국국제아트페어(KIAFㆍ키아프)’에 오페라갤러리 부스를 통해 처음으로 참여했다. 그는 비행기 유리창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에 유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여러 겹 겹쳐 만든 ‘입체 회화’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입체회화는 2009년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 키아프에는 최근작인 ‘이주민(Migrants)’ 시리즈를 들고 나왔다.
지난 26일 삼성동 코엑스 키아프 현장에서 만난 손 작가는 한국 시장이 좋은 작가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해 키아프만 봐도 한국 작가들이 얼마나 수준이 높은지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정작 우리 안에서는 그걸 못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갤러리스트들이 해외 아트페어도 많이 나가서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많이 알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죠.”
손 작가는 중국 갤러리스트들이나 컬렉터들이 중국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자국 작가들의 작품 값 띄워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 작가들은 작품 가격조차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 나갈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어쩌다가 작품을 들고 나가도 “처음 보는 작가인데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라며 외면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해외 아트페어에 한번 나가는 데 5000~8000만원에 달하는 부스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갤러리로써는 작품을 못 팔면 그만큼 손해가 나기 때문에 결국 출품을 꺼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는 작가와 갤러리간에 종속적인 갤러리 전속 계약도 작가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외국 갤러리들이 각 권역별로 전속 계약을 따로 두고 자유롭게 각국 아트페어에 나갈 수 있는 반면, 한국 갤러리들은 한번 전속 계약을 맺게 되면 외국 갤러리에서 ‘콜’이 들어와도 안 놔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속 기간도 해외 갤러리들이 1~2년 정도인 것에 비해 한국은 5~10년 정도로 길다.
그는 작가와 갤러리간에 ‘갑을 관계’가 아닌 ‘공생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가 국ㆍ내외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컬렉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과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유럽, 중동, 아시아 등 각 권역별로 진출할 수 있게 말이죠. 저는 이제 미주 쪽 시장을 뚫어보려고 합니다. 가고시안갤러리를 통해서요.”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