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수준높은 한국작가들, 정작 우리만 몰라보죠”
라이프| 2014-09-29 11:19
스위스, 스페인, 독일, 중동, 싱가포르 등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 때마다 작품을 ‘완판(Soldout)’시킨 작가가 있다. 제 2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렸던 1997년, 해외 대가들 틈 속에서 최연소 한국 작가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던 작가 손봉채(47·사진)다.

‘비엔날레 작가’로 먼저 알려졌던 손봉채는 이제 소위 ‘아트페어 작가’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국내 갤러리가 아닌 해외 갤러리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내 그의 작품을 각종 아트페어에 출품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손 작가가 국내 최대규모 미술품 거래 장터인 ‘2014 한국국제아트페어(KIAFㆍ키아프)’에 오페라갤러리 부스를 통해 처음으로 참여했다. 그는 비행기 유리창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에 유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여러 겹 겹쳐 만든 ‘입체 회화’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입체회화는 2009년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 키아프에는 최근작인 ‘이주민(Migrants)’ 시리즈를 들고 나왔다. 


지난 26일 삼성동 코엑스 키아프 현장에서 만난 손 작가는 한국 시장이 좋은 작가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해 키아프만 봐도 한국 작가들이 얼마나 수준이 높은지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정작 우리 안에서는 그걸 못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갤러리스트들이 해외 아트페어도 많이 나가서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많이 알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죠.”

손 작가는 중국 갤러리스트들이나 컬렉터들이 중국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자국 작가들의 작품 값 띄워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 작가들은 작품 가격조차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 나갈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어쩌다가 작품을 들고 나가도 “처음 보는 작가인데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라며 외면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해외 아트페어에 한번 나가는 데 5000~8000만원에 달하는 부스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갤러리로써는 작품을 못 팔면 그만큼 손해가 나기 때문에 결국 출품을 꺼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는 작가와 갤러리간에 종속적인 갤러리 전속 계약도 작가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외국 갤러리들이 각 권역별로 전속 계약을 따로 두고 자유롭게 각국 아트페어에 나갈 수 있는 반면, 한국 갤러리들은 한번 전속 계약을 맺게 되면 외국 갤러리에서 ‘콜’이 들어와도 안 놔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속 기간도 해외 갤러리들이 1~2년 정도인 것에 비해 한국은 5~10년 정도로 길다.

그는 작가와 갤러리간에 ‘갑을 관계’가 아닌 ‘공생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가 국ㆍ내외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컬렉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과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유럽, 중동, 아시아 등 각 권역별로 진출할 수 있게 말이죠. 저는 이제 미주 쪽 시장을 뚫어보려고 합니다. 가고시안갤러리를 통해서요.”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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