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역행하는 금융지주체제…‘은행 외벌이’ 갈수록 심화
뉴스종합| 2014-10-01 11:06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금융권을 뒤흔든 ‘KB사태’로 금융지주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 수익의 은행 의존도가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중심 경영을 탈피, 비은행 부문의 사업 다각화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금융지주 체제의 당초 도입 취지가 실현되지 못한 채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이 70~90% 돈 벌어와=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수익의 70~90%를 은행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은행 편중 현상은 올들어 가속페달을 밟았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전체 수익(당기순이익) 중 신한은행의 비중이 작년말 73.2%에서 올 상반기 현재 74.5%로 증가했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총 수익 1조9028억 중 1조3935억원을 신한은행이 벌어들였고, 올 들어선 2분기 누적 수익 1조1360억원 중 8465억원이 은행 차지였다.


KB금융지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작년말 64.8%에서 올 상반기 현재 71.3%으로 뛰었다.

하나금융지주의 은행 비중은 100%를 상회한다. 하나은행 수익에 통합을 앞두고 있는 외환은행의 수익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수익의 은행 비율은 작년 말 117.2%에서 올 6월말 현재 138.1%로 증가했다.

지주의 총자산도 은행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올 상반기 현재 KB금융지주의 총 자산 299조원 중 90%(267조원)가 국민은행 자산이다.

▶지주체제 존속 회의론=2000년대 들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체제를 추진한 것은 글로벌 금융그룹의 육성을 위한 것이었다.

예대마진에만 몰두하는 은행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증권, 보험, 카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금융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각 지주사 수익이 ‘외벌이’ 수준의 은행 편중 구조를 좀처럼 깨뜨리지 못하면서 금융지주제 도입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금융사들의 꿈도 요연하다. 일본의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은 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일 정도로 글로벌화에 성공했다. 우리 금융그룹들은 해외 수익 비중이 2~6%에 불과하면서 국내 시장에만 몰두하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그룹 1인자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지주 회장과 실제 살림꾼인 은행장과 갈등이 빈번하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현실상 은행이 핵심 역할을 해야 되는 건 맞지만 증권이나 보험 등 비은행 사업이 구조조정, 합병을 통해 대형화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그쪽으로 자금이 쏠릴 수 있게 퇴직연금 등 그들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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