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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전략은 ‘버티기’…중국 본토 지령?
뉴스종합| 2014-10-02 10:54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버티기’ 전략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조직력이 떨어지고 대중의 지지가 약해질 때까지 그대로 두면서 기다리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가 장기화되면 이에 따르는 갖가지 불편으로 시위대에 불만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시위를 무력 진압해 반발을 사느니, 시위대가 스스로 흔들려 무너지는 시점까지 버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사진=CNN 방송 캡쳐]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전략이 중국 정부가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에 직접 내린 지시라면서 “렁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발포하지 말고 반드시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렁 장관이 시위대의 요구대로 사임할 생각이 없다고 전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WSJ은 홍콩 정부의 이 같은 버티기 전략이 중국 65주년 건국기념일 ‘국경절’이었던 1일 오전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홍콩 정부는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들이 이날 국기 게양식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학생 30여명은 이날 행사에서 국기가 게양되는 동안 게양대에서 등을 돌린 채 항의의 표시로 엑스(X)자 표시를 만들었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중국 국기를 거꾸로 흔들며 자극적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진압하거나 충돌하지 않았다.

또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WSJ에 “홍콩 정부가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들과 만날 의향이 있다”면서도 “렁 장관의 퇴진을 고집한다면 가능성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홍콩 시위대는 렁 행정장관의 퇴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휴일이 끝나는 3일부터 정부기관을 점거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 사태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1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정부청사가 있는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와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까우룽반도의 몽콕, 침사추이 등 주요 지역 도로에서 밤샘 시위를 지속했다.

일부 시위대는 홍콩에서 사용하는 광둥화(廣東話)대신 중국 표준말인 푸퉁화(普通話)로 “퇴진 689”라고 외치기도 했다.

689는 간접선거로 진행된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렁 장관이 1200명의 선거위원으로부터 받은 표를 의미한다.

시민단체들은 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10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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