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아웃렛
치밀함이 만들어내는 단순함의 미학…‘이케아는 살아있다’
뉴스종합| 2014-10-06 09:40
[엘름훌트(스웨덴)=이슬기 기자] ‘단순함’과 ‘실용성’은 글로벌 홈 퍼니싱(Home Furnishing) 기업 이케아의 지상 과제다. 숟가락이나 초 같은 생활용품에서부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과 침대와 소파 같은 가구에 이르기까지 이케아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해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쉽게 조립과 해체를 반복하며 오랫동안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내구성은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케아는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좋은 삶을 제공한다’는 비전을 실현한다. 이케아가 추구하는 단순함의 미학이다. 그러나 이케아의 ‘조직’과 ‘업무형태’만큼은 이 철칙에서 예외다.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목격한 이케아의 독특한 협업 구조는 마치 살아있는 거인처럼 유기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엘름훌트에 거미줄의 날줄과 씨줄처럼 한데 얽혀 자리 잡은 이케아 그룹 12개 자회사와 핵심부서가 그 주인공이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470㎞ 떨어진 시골도시 엘름훌트는 ‘이케아의 심장’이라 불린다. 이케아 그룹의 12개 자회사와 핵심부서들이 모인 이곳에서는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개발과 시험 등이 한번에 이뤄진다.

지난달 29일 저녁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470㎞ 떨어진 시골도시 엘름훌트. ‘이케아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소도시는 우리나라의 ‘읍’(邑) 소재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한적했다. 곳곳에 이케아의 간판을 건물들이 눈에 띄었지만 이곳이 이케아의 발상지이자 본부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날이 밝고 2000여명의 이케아 직원들이 출근을 시작하자 도시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엘름훌트가 깨어났다.

가장 먼저 이케아의 심장에 박동을 불어넣는 곳은 ‘이케아 스웨덴’(IKEA of Sweden, IOS)이다. IOS는 전세계 362개 이케아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의 디자인과 개발, 품질 테스트를 진두지휘한다. 특히 IOS 산하 ‘제품개발센터’(IDDC)에서는 이케아의 원가절감 혁신과 디자인 정체성 찾기가 동시에 이뤄진다. 이곳에 소속된 12명의 전속 디자이너들은 90명의 전세계 프리랜서 디자이너들과 3~5명씩 짝을 이뤄 소통하며 매년 2000여개의 제품을 개발, 출시한다.

스웨덴 엘르훌트에 위치한 ‘이케아 스웨덴’(IKEA of Sweden, IOS)의 전경과 내부 모습. IOS는 전세계 362개 이케아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의 디자인과 개발, 품질 테스트를 진두지휘하는 본부다.

35년째 이케아의 제품개발을 지휘해온 크누트 하그베리와 마리안느 하그베리 남매는 “실용적이고 단순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내구성을 결합, 고객이 최소 15년 이상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한다”며 “벌집 모양 골판지를 목재 사이에 넣어 가구의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견고함을 높이는 방법과 못 대신 클립형 ‘웨지’를 이용해 가구를 조립하는 방법이 이곳에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IDDC에서 제품의 기본 디자인과 구조가 정해지면 곧바로 ‘패턴숍’(Pattern Shop)에서 시제품 제작과정이 시작된다. IDDC 한 가운데에 위치한 패턴숍은 모든 소속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도면을 취합, 디지털화한 뒤 3D 프린터와 제작기구를 이용해 실물크기의 시제품 또는 축소모형을 만든다. “패턴숍을 직접 운영하면 외부로의 정보유출 위험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서 간 업무의 유기성을 향상, 제품의 형태 및 구조의 발전적 변형도 가능하다”는 것이 헨릭 패턴숍 매니저의 설명이다.

스웨덴 엘르훌트에 위치한 ‘이케아 테스트랩’(IKEA TestLab)의 전경과 제품 테스트 모습. 이곳에서는 단순한 변기 뚜껑조차 수만에서 수십만번의 개폐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정식 출시될 수 없다.

시제품 제작 이후 바통을 이어받는 것은 ‘이케아 테스트랩’(IKEA TestLab)이다. 국제표준(SS-EN ISO, IEC 17025)에 따라 운영되는 이케아 테스트랩은 이케아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유해화학물질과 내구성 검사를 연간 1만1000번 이상 시행한다. 기본적인 원ㆍ부자재의 포름알데히드 검출 여부에서부터 커피잔을 10만회 이상 탁자에 내려놓았을 때 발생하는 제품 변형 여부 검사, 섬유 자재의 방염 실험, 초의 온도와 지속시간 측정까지 시험 종류만 60여가지에 달한다.

제품 양산 이후에는 25만6000㎡부지에 세워진 4개 동의 ‘디스트리뷰션 센터’(Distribution Center)가 연간 22만 팰릿의 제품을 스칸디나비아 전 지역으로 배송하며, 이케아 커뮤니케이션(IKEA Communication)은 매년 약 2억권 가량 발행되는 카탈로그의 사진촬영과 제작을 담당한다. 이 외에도 엘름훌트에는 이케아의 품질ㆍ가격 철학을 전세계 협력업체 및 직원과 공유하는 교육기관(이케아 틸사만, IKEA Tillsammans)과 주방용 제품 상판 제작을 담당하는 이케아 인더스트리(IKEA Industry)등이 포진해 있다.

스웨덴 엘르훌트에 위치한 ‘디스트리뷰션 센터’(Distribution Center)의 전경. 25만6000㎡부지에 세워진 4개 동의 디스트리뷰션 센터는 연간 22만 팰릿의 제품을 스칸디나비아 전 지역으로 배송한다.

미카엘 위드홀름 이케아 그룹 리서치 총괄책임자는 “이케아는 ‘라이프 앳 홈’(Life at Home) 철학의 실현을 위해 1000번 이상 세계 각지의 가정을 방문, 생활형태를 조사하는 등 삶의 보편성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를 통해 이케아의 의사결정 과정을 정비하고 고객에게 최적의 홈 퍼니싱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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