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파란리본의 정체는…상징물로 본 홍콩 시위
뉴스종합| 2014-10-06 10:56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너는 듣고 있는가, 성난 민중의 노래를…’(뮤지컬 ‘레미제라블’ 中)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중국어로 번안된 곡을 목청껏 부른다. 동영상 커뮤니티 유튜브엔 한 소녀가 이 곡을 부르는 영상이 올라 인기를 끌었다.

6일로 9일째를 맞는 홍콩 시위에서 ‘X’, ‘우산’, ‘노란리본’ 등은 민주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맞서 ‘파란리본’을 단 친중(親中) 단체들의 반대시위까지 겹치면서 민주화 시위대-친중 시위대 모두 조직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알리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여러 상징을 내세우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특히, 파란리본 중 일부는 중국 본토의 사주를 받은 중국계 폭력조직 삼합회(三合會) 소속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홍콩 시위의 상징들에 주목하며 시위대의 우산, 리본, 노래, 몸동작 등을 소개했다.

▶황색리본 대(對) 청색리본, 홍콩의 분열상=우리에게 노란리본은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데 쓰였지만 이번 홍콩 시위에선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들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가수 토니올란도앤드던의 곡 ‘떡갈나무에 노란리본을 달아주세요’(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가사처럼 고향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사랑의 징표로 연인이 달아준 수백 개의 노란리본을 기다리듯 민주화를 기다리는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반영한 것이다.

노란 리본은 정부청사 건물 주위 나무와 난간 등에 걸려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도 황색리본이 등장했다. 시위대는 옷에도 리본을 달고 나왔다.

[사진=위키피디아]

반대로 시위현장에서 이들과 맞선 친중 세력은 파란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푸른색은 홍콩 경찰 제복의 색이다.

BBC는 친중 시위대가 홍콩의 정상화와 평화를 요구하며 파란리본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자유’를 의미하는 노란리본을 착용한 시위대에 맞서 ‘침묵하는 다수를 대표 한다’며 파란리본을 단 ‘인터넷 대연맹’ 등 친중 성향 단체 회원들은 3일에 이어 4일에도 애드미럴티, 완차이, 몽콕 등 홍콩 곳곳에서 충돌했다.

중국을 지지하는 ‘센트럴점령 반대’ 회원 수십 명은 이날 시위대가 밀집한 애드미럴티 지하철역에서 경찰 본부까지 “경찰 지지”를 외치면서 행진했다. ‘센트럴점령 반대’ 회원들은 전날 밤 몽콕에서 학생 시위대에 플라스틱 물병을 던지고 폭행해 12명의 시민과 경찰 6명이 부상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3일 밤 몽콕에서 시위대를 폭행한 19명을 체포했는데, 이 가운데 8명이 삼합회 소속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딩쉐량 홍콩과기대 딩쉐량 사회학과 교수는 삼합회 등 폭력조직의 시위 개입 의혹과 관련, “홍콩 시위를 둘러싼 거리 폭력 사태가 아직 초기 단계로 엄중하진 않지만 대규모 유혈 충돌이 벌어지는 등 사태가 악화되면 경찰에 시위 강제 해산 조치의 명분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는 반대한다, X=팔로 큰 ‘X’자 모양을 그리는 것은 민주화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현재 홍콩의 정치적 상황과 시위진압 등을 반대하겠다는 의미다.

[사진=위키피디아]

이번 시위를 주도하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17세의 고등학생 조슈아 웡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를 향해 우리의 불만족을 표현하고 싶어서 팔을 교차시켰다”고 말했다. 과거 홍콩 정부가 중국에 대한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는 수업을 진행할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반대운동을 벌이며 이같은 몸동작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인 마이크 청은 BBC에 “이는 우리가 현재 홍콩의 정치적 균형에 반대한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또한 우리가 무기를 들고있거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난 민중의 노래=홍콩 민주화 시위대 사이에서는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광둥화(廣東話)로 번안한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나요’(試問誰還未覺醒)가 불리고 있다.

가사는 원곡과는 다르다. 번안된 곡은 ‘아직도 목소리를 내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대체 우리가 아니면 누가 우리 터전을 지킬 수 있죠?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선택할 권리와 마음이 있는데 어떻게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나요’란 내용을 담고 있어 홍콩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BBC는 이밖에도 전쟁반대의 메시지가 담긴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과 1990년대 홍콩 록밴드 비욘드(Beyond)의 인기곡 ‘해활천공’(海闊天空)도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저항의 아이콘된 우산=시위 시작 이틀 만에 홍콩 민주화 시위는 ‘우산혁명’이란 별칭을 얻었다. 시위에 참여한 수만 명의 인파가 형형색색의 우산을 들고 동참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산은 뜨거운 태양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고 강경진압에 나서자 이를 피하기위해 우산을 펼쳤다. 이후 우산은 홍콩 민주화 운동의 아이콘이 됐고 여러 외신들도 ‘우산혁명’에 주목했다.

우산은 인터넷 상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예술로 승화되고 있다. 홍콩의 예술가인 케이시 웡은 시위를 대표할 수 있는 그림들을 디자인해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웡은 BBC에 “우산은 매일 사용하는 보통의 물건에서 저항과 반항의 상징으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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