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일반
[취재X파일] 웃돈이 2억? 누가 사?
부동산| 2014-10-06 12:12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1일 1~2순위 청약을 마친 위례자이가 수도권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총 45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6만2670명이 청약해 평균 13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펜트하우스 134㎡ 4가구 모집에는 1478명이 청약해 무려 369대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이 나왔습니다. 역대 수도권 최고 청약 경쟁률입니다.

왜 이렇게 높은 청약률이 나온 것일까요?

이유는 바로 웃돈입니다. 올해 상반기쯤 앞서 분양한 위례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에 최소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웃돈이 붙기 시작하면서 위례신도시는 올해 최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말,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위례신도시의 성공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실제 분양 후 위례신도시 분양 단지 대부분에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도 받아보자’는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분양 단지 이름 앞에 ‘위례신도시’가 붙기만 하면 매진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8월 분양한 위례 호반베르디움 역시 매진, 지난해 말 분양해 대거 미분양 사태를 빚은 위례신도시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 또한 최근 ‘완판’ 행진대열에 가세했습니다.

9월 말 분양한 위례자이의 경우, 위례신도시의 인기가 최정점에 달한 시기에 분양한 셈입니다. 또한 위례자이에는 테라스하우스, 펜트하우스 등 기존 아파트와 차원이 다른 주거 상품이 공급되면서 웃돈 시장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위례자이 펜트하우스에는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의 웃돈이, 위례자이 테라스하우스에는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의 웃돈이 붙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설명입니다. 85㎡ 이상 중대형 단지인 위례자이의 분양가는 6억원 중반대에서 11억원대에 책정돼 있습니다. 분양가 자체도 만만한 가격은 아닌데 여기에 다시 2억원에서 3억원의 웃돈이 붙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과연 이 분양가에 웃돈마저 수억원을 더 주고 사려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위례자이 견본주택 앞에 ‘떴다방’을 차린 공인중개업 종사자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2억, 3억을 더 주고 사려는 사람들이 과연 있느냐, 있다면 누구냐.”

이분들은 손에 든 노트를 가리키면서 여기에 웃돈을 더 주고라도 사겠다는 사람들의 명단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확히 누군지 밝히지는 못하지만 살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만약 당첨이 되면 바로 연락을 달라며 앞서 언급한 액수 정도의 웃돈을 받아주겠노라고 했습니다.

살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 사람들은 왜 2억, 3억을 더 주고 이 집을 사려는 것일까요. 여기에 웃돈이 붙는 이유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에 대해 분양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강남 부유층들 중에 아파트보다 한 차원 높은 고급 주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현재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주거 상품은 수십억원대의 고가 빌라, 15억~20억원대의 타운하우스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좀 더 환금성이 좋으면서도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이 혼합된 주거 형태를 원한다. 그게 바로 이 시점에 테라스하우스나 펜트하우스로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큰 그림 상에서 이런 관점이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일단 생활 수준이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외 고급 주거상품을 찾는 수요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은 적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테라스하우스나 펜트하우스가 지닌 아파트 대비 강점은 분명합니다. 테라스나 옥외공간 등 분양 면적 이외의 서비스 공간이 20~50㎡ 정도 무상으로 공급되어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보다 훨씬 넓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아파트 500~1000여가구 규모의 단지에서 20~50가구 정도의 소량만 공급돼 희소성도 있습니다. 당분간 이런 형식의 주거상품을 원하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공급 부족에 웃돈이 치솟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부자들이 분양시장에 청약통장을 들고 나오기 시작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돈을 싸들고 기다리다 지금이 적기라고 나오는 부유층들에게 테라스하우스나 펜트하우스가 안성맞춤의 투자처로 떠오른 겁니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2억이나 3억을 더 주고라도 확보해 놓으면 더 올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판교의 일부 타운하우스가 상당 기간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가 현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상도 이런 현상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힙니다.

그러나 미래는 모르는 겁니다. 한때 수십대1의 청약 광풍이 불었다가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시장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상 역시 여러 번 목격되어 왔습니다. 갑자기 달아오른 부동산 투자 열기가 일시적인 광풍인지, 새로운 부동산 호황기의 전조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sooh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