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피케티 항공’ 시대…항공기내 빈부격차 커졌다
뉴스종합| 2014-10-07 11:08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항공기 이코노미석의 비좁은 공간 때문에 벌어진 승객간 싸움으로 여객기가 불시착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내에서 발생하는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21세기 자본’ 저서에서 부의 불평등을 지적했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를 인용해 ‘피케티 항공’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8월 아메리칸 항공의 마이애미발 파리행 기내에서는 앞좌석 승객이 좌석을 뒤로 젖히면서 뒷자리 승객의 공간을 침해한 것이 싸움으로 이어져 결국 보스톤에 비상 착륙했다.

같은 달 2주새 이같은 회항 사건이 3건이나 발생해 비좁은 이코노미석 논란이 증폭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코노미석은 점점 좁아지는 반면, 비즈니스석은 갈수록 호화로워지는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KLM 네덜란드 항공이 공개한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은 갈수록 ‘경제적’=이코노미석은 갈수록 ‘경제적’이 되고 있다. 공간 축소와 좌석 경량화가 도를 넘고 있지만 승객들은 운임비가 싼 만큼 감수해야한다고 여긴다.

시트 경량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독일 시트 제조업체 레카로의 르네 당크워스는 “이코노미석의 무게가 지난 10~20년사이 30% 가까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단거리 노선에서 안락한 기능을 제거해 좌석 하나를 더 만드려는 시도다.

과거에는 좌석의 편안함을 높이기 위해 푹신한 발포성 소재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매시(망사) 소재를 사용해 최대한 좌석 면적을 줄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항공기 제조사들의 좌석 확충 경쟁에도 불을 당겼다. 최초로 방아쇠를 당긴 것은 유럽의 에어버스다.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737에 대항해 ‘A320’ 단거리 노선용 여객기 좌석을 180석에서 189석으로 늘렸다. 

이코노미석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에 질세라 보잉은 신형737 좌석을 200석으로 증설했고, 에어버스는 다시 240석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좌석의 앞뒤 거리도 좁아졌다. 미국 국내선 운항 항공사 제트블루는 일부 좌석간 거리를 84㎝에서 81㎝로 줄였다. 미국 저가 항공사 스피리트항공은 좌석간 간격을 71㎝까지 줄여 유나이티드항공 동일 기종 좌석 수보다 40석을 늘렸다. 에어버스는 한발 더 나아가 자전거 안장 모양의 좌석 특허를 받았다.

▶비즈니스석은 갈수록 ‘호화판’=반면, 비즈니스석은 화려하게 변신 중이다. 비즈니스석이 항공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좌석 수도 대폭 늘리고 있다.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은 비즈니스석을 퍼스트 클래스처럼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꾸미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초(超)부유층을 대상으로 스위트룸 3개를 제공하는 아랍에미리트 국영항공사 에티하드 항공을 제외하고 많은 항공사들이 퍼스트 클래스를 폐지하고 비즈니스석을 더 호화롭게 꾸미는데 공을 들인다”고 전했다. 

자전거 안장 스타일 좌석 모습.

실제로 KLM 네덜란드 항공이 업계 최초로 수익 개선을 위해 퍼스트 클래스를 폐지한 이래 스칸디나비아 항공, 미국 노스웨스트 항공(NWA), 일본 전일본공수(ANA), 중국의 동방ㆍ남방항공이 1등석 폐지에 합류했다. 사라진 퍼스트 클래스는 비즈니스석으로 대체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출장이 잦은 기업 임원들이 퍼스트 클래스의 편안함을 누리면서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여행 경비를 절약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비즈니스석 증설이 승객과 항공사에 윈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내에 들어갔을 때 우회전과 좌회전 하나로 이 정도의 차이가 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꼬집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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