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재위 68년’ 푸미폰 국왕 건강에 웃고 우는 태국
뉴스종합| 2014-10-08 11:11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수술 소식에 지난 6일(현지시간) 태국 주식시장이 잠시 휘청였다. 68년 간 태국을 이끌어온 지도자의 부재와 뒤이어 닥칠 혼돈을 우려한 것일까. 국왕의 상태가 호전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시장도 다음날 금새 하락폭이 수그러들었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그러하듯, 태국에서 왕은 신적인 존재다. 더구나 86세의 푸미폰 국왕은 68년이란 역사상 최장수 재위기간을 거쳐왔고 숱한 쿠데타와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지켰다. 때문에 국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말할 것도 없고 해외 투자자들 역시 국왕의 거취에 민감하다.

태국 금융시장에서의 국왕의 중요성에 대해 토니 내쉬 델타이코노믹스 글로벌 부사장은 “만약 국왕이 흔들린다면 총리와 정부, 쿠데타를 일으킨 지도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는 것을 시장이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3일 푸미폰 국왕은 고열로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 입원해 쓸개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은 국왕의 쓸개가 붓고 염증이 생겨 75분 간 복강경 수술을 통해 쓸개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소식이 전해지고 6일 태국 주가지수는 이전 거래일보다 1.7% 하락했다. 이후 왕실이 수술 후 국왕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히자 이튿날인 7일 주가는 하락세가 소폭 꺾였다.

내쉬 부사장은 “쿠데타 주도세력에 대한 신뢰,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태국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국왕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1946년 즉위한 푸미폰 국왕은 재임기간 중 16번의 쿠데타와 17번의 개헌, 29명의 총리를 거쳤다. 법안은 여전히 왕의 승인을 받아야 입법이 가능하며 총리 임명도 왕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국왕은 그만큼 잦은 쿠데타에도 흔들림이 없는 태국 국민들의 안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

지난 5월 태국에선 프라윳 찬-오차가 이끄는 군부가 잉락 친나왓 정부를 물리치고 정권을 잡았다. 쿠데타는 4개월 남짓 지났을 뿐이고 아직 국론은 하나로 통합되지 않은 상태다.


CNBC방송에 따르면 정국 불안으로 태국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38억7000만바트가 증발했다. 지난해에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194억바트에 이르렀고 이는 지난 4년 간 유입된 액수와 맞먹었다.

후계자인 마하 와찌랄롱꼰 왕세자는 ‘플레이보이’처럼 방탕한 생활을 일삼아 국민들의 신뢰가 푸미폰 국왕만큼 두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부’로 칭송받는 왕마저 위태롭다면 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클 것이란 평가다.

내쉬 부사장은 만약 시장이 현 정부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다면 왕의 거취에도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왕의 건강 문제가 시장을 흔들만한 요소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마리아 라피즈 메이뱅크-킴엥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황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직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말 이후 신흥국 시장이 흔들리면서 경제 상황이 나빠진 것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봤다.

라피즈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푸는 3645억바트의 자금이 연말부터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국내 유동성이 투자 옵션을 제한해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디텝 바나브릭샤 태국 애버딘 자산운용 최고투자임원(CIO)도 “분명히 모두가 국왕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지만 그가 결정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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