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벌들의 세계로 풍자한 인간 사회, 놀라운 데뷔작 ‘벌’
라이프| 2014-10-10 10:11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지난 5월 미국에서 발간된, 작가 랄린 폴의 ‘뜨거운 데뷔작’ ‘벌’(권상미 옮김, 알에이치코리아)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주말 북섹션의 커버를 장식할만큼 큰 관심과 찬사를 받은 소설이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벌의 세계에서 최하층의 일벌로 태어난 암컷벌 한 마리의 모험과 투쟁을 그렸다.“ ‘헝거게임’ 세대를 위한 ‘동물농장’”(퍼블리셔스 위클리)나 “조지 오웰의 ‘1984’나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에 버금가는 작품”이라는 평대로, 철저한 통제와 계급으로 이루어진 벌의 세계에서 금단의 몸과 욕망, 재능을 갖고 태어나 운명을 거스르려 했던 한 일벌의 일생을 통해 비관과 희망이 교차하는 인간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풍자했다.

욕망은 죄악이며 기형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벌집. 허영과 나태, 질문은 금지된 세계. ‘수용하고 순종하고 봉사하라’는 가르침만이 유일한 곳. 그곳에서 최하층 신분인 청소병 일별 ‘플로라 717’이 태어난다. 플로라 717은 못생기고 몸집이 과도하게 크며 청소병 일벌에겐 허용되지 않는 감지력과 후각, 그리고 발성 능력을 가졌다. ‘기형’과 금단의 자질을 가진 플로라 717은 벌집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벌들에게 커다란 위협이었다.

벌집은 유일하게 생식할 수 있는 여왕벌을 꼭지점으로, 규율과 처벌, 통치를 담당하는 사제벌과 경찰벌, 짝짓는 일에만 열중하고 놀고 먹는 게으른 수펄. 평생 일에 매달리다 결국은 버려지는 일벌 등으로 구성된 세계. 추위와 식량 부족으로 벌집이 위기에 처하자 사제벌들은 벌들의 타락에 대한 심판이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벌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한편, 플로라 717은 마지막 금기에 도전한다. 바로 여왕벌에게만 유일하게 허용된 생식을 하게 된 것이다. 몰래 알을 낳게 된 것이다.

랄린 폴은 한 일벌이 펼치는 모험과 여정 속에 벌의 생태계를 정교하게 축조하고, 페미니즘과 환경문제, 인간의 본성, 계급 사회의 묵시록을 탁월하게 담아갔다.

랄린 폴은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연극, TV, 영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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