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홍콩 시위 장기화 버팀목 ‘SNS’…위력 발휘 왜?
뉴스종합| 2014-10-10 10:55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홍콩 정부와 학생 시위대 간 공식 대화가 무산되면서 다시 긴장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소셜미디어’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본토보다 속도가 빠르고 검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시위 참여자들이 의견과 정보를 수시로 나누는 장(場)이 되고 있다고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사실 민주화 시위에서 소셜미디어가 발휘하는 힘은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에서 입증된 바 있다.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통해 시위 현장의 아비규환이 생중계되면서 시위 확산에 불을 붙였다.

이 같은 소셜미디어의 역할은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으로 촉발돼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홍콩 시위에서 더욱 커졌다.

아시아 지역의 소셜미디어 사용 인구는 10억명으로 북미 지역의 5배에 이른다.

특히 홍콩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소셜미디어 인구 저변이 넓다. 중국 본토에 비해 빠른 인터넷 속도와 검열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때문에 홍콩 시민들은 다양한 소셜미디어 앱을 통해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9일 홍콩 정부청사 건물 밖에서 열린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료=WSJ]

중요한 내용을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공지할 때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정보와 의견을 나눌 때는 메시징 앱이 주로 사용된다.

그 중에서도 보안이 좋은 ‘왓츠앱’과 ‘텔레그램’이 인기다. 단체 대화창에서 나오거나 과거 대화 이력을 삭제하면 경찰에 체포되더라도 대화 내용을 추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위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인터넷이 느려질 경우를 대비해 블루투스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파이어챗’ 같은 메시징 앱을 다운로드 한 시민들도 최근 며칠 새 급증했다. 인터넷이나 셀룰러 서비스가 차단된 곳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또 최근에는 경찰이 시위대에 접근하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경고앱 ‘랠리 더 브롤리스’(우산들은 집결하라)까지 등장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들이 트위터 해시태그를 통해 경찰의 움직임을 알리면 그를 친구로 등록한 다수의 사용자들에게 최대 높이의 알람 소리와 함께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는 앱이다.

앱 제작자인 네덜란드 데이터 과학자 마트 반 더벤은 “경찰의 최루가스를 우산으로 막아내는 민주화 시위 참여자들을 보고 이 앱을 만들었다”면서 “시위 참가자들의 소통 도구가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이처럼 확대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시위를 조직화하는 데 이를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구나 지인들과 메시징 앱으로 대화하면서 독자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탓이다.

실제 지난 3일 몽콕(旺角)에서 친중단체 ‘파란리본’과 시위대가 충돌했을 때, ‘센트럴을 점령하라’를 조직한 베니 타이 이우팅(戴耀延) 홍콩대 법대 교수는 몽콕에서 빠져나오라고 촉구했으나, 왓츠앱으로 이를 거부하기로 뜻을 모은 상당수의 시민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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