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패션
“융합의 DNA 있어야 K패션 위상 UP”
라이프| 2014-10-14 11:21
공식 런웨이에 해외 디자이너 1명뿐
진입장벽 낮춰야 세계적 패션코어 도약

세계적 브랜드, 스타급 디자이너와 협업
새로운 가치창출…시너지 효과 톡톡

올겨울 남성 잇아이템? 야구점퍼 입어라



“과거 한국 디자이너들이 도쿄패션위크를 선망했던 것처럼 이제는 중국 디자이너들이 서울패션위크를 너무나 들어오고 싶어합니다.”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디알바자의 정두영 디자이너(신원 크리에이티브디렉터ㆍ40)는 ‘K패션’이 급부상함에 따라 서울패션위크의 위상 또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패션피플들이 총 집결하는 서울패션위크(서울시 주최, 서울디자인재단ㆍ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공동 주관)가 오는 17~2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2015 봄ㆍ여름(S/S) 트렌드를 미리 짚어볼 수 있는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서울컬렉션 55회, 제너레이션 넥스트(신진 디자이너 위주) 25회, 프레젠테이션 쇼 5회 등 총 85회의 패션쇼로 진행될 예정이며, 정두영 디자이너의 반하트디알바자는 2년 연속 개막 런웨이 무대를 장식한다. 


에스모드 서울 출신의 정두영은 1998년 신원 지이크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17년째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를 키워오고 있다.

남성복이면서도 매 시즌마다 혜박, 장윤주 등 여성 톱모델을 쇼의 뮤즈로 내세웠던 반하트디알바자는 이번 메인 무대 역시 클라라를 내세웠다. 스카이블루, 오렌지와 레드, 옐로우와 라임 등 발랄하고 톡톡 튀는 컬러를 통해 이탈리안 클래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패션위크에 앞서 서울 도화동 반하트디알바자 쇼룸에서 만난 정두영 디자이너를 통해 달라진 서울패션위크와 최근 남성복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패션위크 높아진 위상…“진입장벽 낮추는 게 과제”=“여의도 IFC몰, 용산전쟁기념관 등 그동안 서울패션위크는 계속 장소를 옮기며 개최됐었죠. 하지만 지난 시즌때부터는 DDP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동대문이 패션의 메카이기도 하니까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 디자이너는 서울패션위크가 장소의 한계성을 극복한 것이 무엇보다도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로서는 안정적인 무대를 꾸밀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는 또 K패션의 위상이 급부상함에 따라 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지의 패션 관계자들이 서울패션위크를 위해 소위 ‘패키지 관광’을 끊어 오고 있다고도 말했다. 쇼를 참관하는 것은 물론 서울시에 위치한 주요 패션 스폿에서 K패션을 현지 답사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높은 진입 장벽은 여전히 과제로 꼽았다.

“밀라노와 파리는 세계적인 패션 코어죠. 서울은 그에 비해 아직 인터내셔널하지가 못해요. 진입 장벽을 낮춰서 해외 디자이너들에게도 개방을 많이 했으면 합니다.”

현재 서울패션위크 공식 런웨이 무대에 이름을 올린 해외 디자이너는 21일 제너레이션넥스트 무대에 서는 알버트 아냐(홍콩) 단 한 명이다. 디자이너에 대한 심사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것이 서울패션위크 사무국 측의 설명이다. 서울패션위크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글로벌 패션코어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

그는 또 국내 디자이너들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계적인 패션하우스에서는 스타급 디자이너들을 영입해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DNA를 융합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일모직이 정욱준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고, 코오롱FnC는 김재현 디자이너의 자뎅드슈에뜨를 아예 인수하기도 했죠.”

현재 리치몬드 그룹(까르띠에, 피아제, 몽블랑),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ㆍ셀린느, 지방시, 겐조, 펜디)그룹, PPR그룹(구찌, 생로랑) 등 세계적인 패션 그룹들은 스타급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내세워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감성을 융합시키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그는 “기업들은 디자이너를 키우고, 디자이너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것(Something New)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하트디알바자의 지난 2014 FW시즌 컬렉션. 여성톱모델 장윤주를 쇼의 뮤즈로 올려 눈길을 끌었다.

▶올 겨울 남자의 옷장에 하이브리드 아이템을=“멋 부리는 남성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5~6년전만 해도 검정색 수트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네이비, 그레이 등 컬러풀한 수트들이 넘쳐나죠.”

그는 ‘멋 부리는’ 남성들의 올 겨울 옷장에는 멀티 코디네이션이 가능한 소위 ‘하이브리드’ 패션 아이템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클래식한 스타일과 캐주얼한 스타일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을 말한다. 하이엔드 패션과 결합한 스포티즘(Sportism)이 올 겨울 남성복에서도 강세를 띠고 있는 가운데 패딩 베스트나 롱 카디건, 스타디움 점퍼 등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일명 야구잠바로 불리는 스타디움 점퍼를 올 겨울 단 하나의 ‘잇-아이템’으로 꼽았다.

그는 또 구스다운 충전재를 수트 안감에 넣거나 흡한ㆍ속건과 같은 아웃도어의 기능성을 적용하는 등 실용적인 남성복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두영 디자이너는…

지난해 11월부터 방송된 공중파 최초의 패션 예능 프로그램인 SBS ‘패션왕 코리아’에서 패셔니스타 김나영과 팀을 이뤄 최종 우승을 거두며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JTBC 패션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탑디자이너’에서는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현재 각 기업체들의 스타일링클래스에 강연자로 활약하는 등 자칭 ‘패션문화 캠페인’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탈리안 모던 클래식을 콘셉트로 하고 있는 반하트디알바자는 남성 3대 럭셔리 수트 브랜드 중 하나인 브리오니(Brioni)에서 직접 연수를 받은 장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브리오니 핵심 기술력을 적용한 것은 물론 이탈리아 현지에서 조달한 원자재와 부자재들을 사용하고 있다. 2013년에는 패션 브랜드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정ㆍ재계 인사 등 특정 ‘단골 고객’들에게 비스포크(bespoke) 형식의 맞춤 정장 제작도 하고 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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