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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셀럽]“운전대 잡을일 없다”…우버택시'트래비스 칼라닉' 38세 억만장자등극
뉴스종합| 2014-10-16 09:32
[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부르는 우버택시가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쾌속질주’ 중이다. 덩달아 이 서비스를 개발한 38세의 젊은 사업가는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포브스가 발표한 美 400대 부호에 새롭게 진입한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Uber)의 창업자이자 CEO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호 명단에 처음 진입하며 이름을 알렸다. 집계된 그의 자산은 30억 달러(약 3조 1900억원). 10점 만점으로 매기는 자수성가 지수에서도 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8점을 기록했다.


우버의 로고


우버택시는 검색부터 요금결제까지 스마트폰 앱 하나로 해결해주는 간편한 서비스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예약제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승차거부를 당하지 않고, ‘터치 후 5분 안에 도착한다’는 칼라닉의 원칙 덕분에 차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제공되는 차량도 고급차(서울의 경우 에쿠스, 벤츠 E클래스, BMW 7 시리즈)인 데다 음료 등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승객은 우버에 등록된 운전자의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조금 더 돈이 들더라도 우버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우버택시는 에쿠스 등 고급차량이 제공된다.(사진=우버 블로그)

여기까지만 보면 칼라닉이 젊은 나이에 겨우 앱 하나로 손쉽게 돈을 번 것 같지만 이전까지 그는 사업실패에다 피소와 파산, 탈세혐의까지 겹치며 ‘우울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LA에서 나고 자란 그는 UCLA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던 중 주변 친구들이 P2P 파일공유 서비스 업체 ‘스카워(Scour)’를 창업하자 여기에 합류한다. 1998년에는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학교까지 그만둔다. 금세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이 생겨나면서 스카워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메이저 미디어 기업들이 2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결국 칼라닉을 비롯한 스카워 창업자들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 2000년 파산 신청을 하고 문을 닫았다.

칼라닉의 공백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곧바로 스카워 창업자 중 한 명인 마이클 토드(Michael Todd)와 ‘레드 스우시(Red Swoosh)’라는 파일공유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세금 문제로 벽에 부딪혔다. 국세청이 탈세 사실을 고지하면서 11만 달러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 일로 토드와의 사이도 틀어져 결국 칼라닉 혼자 회사를 운영하다 2007년 IT기업 아카마이(Akamai)에 2300만 달러를 받고 팔았다.

 
트래비스 칼라닉은 20대 초반부터 사업에 뛰어들어 수차례 파산과 소송, 사업실패를 겪었다.

‘백수’가 된 칼라닉이 다시 사업가로 재기할 거라고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때 그를 ‘수렁’에서 건져 올린 건 바로 영화감독 우디 앨런(Woody Allen)이었다. 칼라닉은 어느 날 우디 앨런이 연출한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영문명 Vicky Christina Barcelona, 2008년작)’를 보면서 “저렇게 나이 많은 사람도 여전히 아름다운 예술을 하고 있구나”라며 감탄했다고 고백했다. 당시 우디 앨런의 나이는 73세였다.

칼라닉은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어 소송전과 파산 등 산전수전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일찍이 이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노련한 사업가로 성장해 있었다.

2008년 한 콘퍼런스에서 만난 스텀블어폰(StumbleUpon) 창업자 가렛 캠프(Garrett Camp)와 우버를 공동창업하면서 칼라닉은 활동을 재개했다. 우버의 편의성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도 빠르게 늘었다. 칼라닉은 “사람들이 직접 운전대 잡을 일 없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그 역시 오랫동안 운전을 안 해 차를 작동시키려면 점프선이 필요할 정도다.

 
38세 젊은 사업가 트래비스 칼라닉은 우버를 4년 만에 182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키워냈다.(사진=우버 블로그)

그러나 우버의 인기가 오르면 오를수록 논란도 커져갔다. 진출하는 도시마다 기존 택시사업자들의 분노에 직면했고, 시 정부의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칼라닉에게 후퇴란 없었다. 그는 “미국 대부분의 도시에서도 이겼다”며 “어디를 가든 적이 있고 그들과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칼라닉은 지난 해 서울시가 주최한 IT콘퍼런스에 성공한 창업가로 초청돼 연설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도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처럼 혁신과 불법 사이에서 칼라닉과 그의 우버에 대한 평가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우버의 서울 론칭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트래비스 칼라닉(사진=우버 블로그)

그러나 이미 몇 차례 실패를 겪어 본 칼라닉은 각 도시마다 우버를 밀어넣으며 오히려 더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우버택시는 전 세계 45개국 218개 도시에서 운행 중이다. 우버의 기업가치도 현재 182억 달러(약 19조 3700억원)로 뛰었다. 요즘 많은 IT기업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Snapchat)’의 10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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