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함께 밥 먹는 친구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먹는다
뉴스종합| 2014-10-20 11:21
식사는 ‘여럿이 함께해야 제맛’이란 말도 이제 옛말이 됐다. 혼자 밥 먹는 ‘혼밥족’이 늘면서, 타인의 기호에 내 기호를 억지로 맞출 필요 없고, 시간 낭비도 줄일 수 있는 ‘나 홀로 식사’의 장점이 더 부각되는 요즘이다. 혼자 먹기의 장점은 더 있다. 바로 덜 먹게 된다는 것.

여럿이 모여 식사하면 평소보다 더 먹게 되는 습관이 실제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실험의 흥미로운 점은 식탁에 함께 앉는 인원 수와 내가 먹는 음식의 양이 정비례한다는 점이다. 즉 ‘동료 수 x 칼로리 = 몸무게 증가량’ 이라는 함수가 성립한다는 얘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1989년 미국 심리학자 존 드 카스트로는 식사 그룹 규모와 음식 섭취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타인과 식사를 같이 할 경우 혼자 할 때 보다 음식을 평균 44% 더 먹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나 이외에 1명과 함께 하면 33%, 2명 47%, 3명 58%, 4명 69%, 5명 70%, 6명 72% 등 함께 하는 동료가 많을 수록 음식물 섭취량도 따라 늘었다.

함께 식사한 이가 누구냐도 변수였다. 여성은 남성과 함께 먹으면 13%를 더 섭취했다.

하지만 남성의 먹는 양은 이성과는 관계가 없었다.

배우자 22%, 가족 23%, 친구 14% 등 편한 관계일수록 허리띠를 더 푸는 경향을 보였다.

밥 먹는 속도도 달랐다. 가족과는 빨리, 친구와는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피타이트지(紙) 최신호에 실린 연구에선, 서던일리노이대학 심리학자 미츠루 시미츠 박사팀은 과체중인 사람과 식사를 같이 하면, 사람들은 파스타는 31.6% 더 먹고, 샐러드는 43.5% 덜 먹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결과는 ‘카피캣(모방)’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쥐, 닭, 개 대상 실험에서도 이 모방 효과가 나타났다. 개를 배불리 먹인 다음, 먹이를 먹고 있는 또 다른 개 앞에 두면 이 개는 다시 먹기 시작했다.

흔히 친구와 같이 간 식당에서 메뉴를 서로 겹치지 않게 주문하는 건, 심리용어로 ‘독특성 욕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난 ‘카피캣’들이다.

2009년 에피타이트에 실린 연구에선 어떤 특정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그 음식을 싫어하는 표정이 실린 사진을 보여주면, 식욕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분명 싫어하는 음식인데도 누군가 맛있게 먹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식욕을 느꼈다.

컨슈머리서치지(紙)에 실린 또 다른 실험에선 두 종류의 크래커를 테이블에 놔두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서로 대화하며 즐기도록 하자, 대부분은 상대가 선택하는 크래커와 동일한 크래커를 집는 것으로 나타났다.

엉터리란 생각이 드는가. 그러면 당장 오늘 실험해봐라. “나도 아메리카노!” “나도 짜장!” “나도 설렁탕!”이라고 외쳤다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카피캣’한 것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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