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터키, 美 외교 압력에 IS 격퇴전 입장선회
뉴스종합| 2014-10-21 10:54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터키 정부가 미국의 외교적 압력에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이라크 쿠르드족 무장단체 페쉬메르가 등이 시리아 국경 코바니의 쿠르드족을 증원하는데 터키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다.

한동안 협조에 소극적이던 터키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면엔 미국의 지원을 통한 시리아 쿠르드족의 무장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와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노린다는 의도도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메브루트 카부소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터키 정부는 페쉬메르가가 코바니로 향하는 것을 돕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고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터키가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이 수송기를 이용해 코바니에 탄약 및 개인화기를 재보급하면서 IS와 싸우고 있는 시리아 쿠르드족의 무장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쿠르드노동자당(PKK) 민병대원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IS 격퇴보다 쿠르드족 견제를 더 중시했던 터키 정부는 코바니 공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미국은 터키가 이라크 쿠르드군의 코바니 진입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코바니를 지키고 있는 쿠르드족의 무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압력을 넣었고, 터키는 쿠르드족의 무장을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꾸준히 터키의 IS 격퇴전 참여를 요구했다. WSJ은 터키는 IS의 코바니 진군을 멈추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스탄불 빌기대학 일터 투란은 FT에 “미국이 터키 정부가 손을 쓰도록 강요한 것처럼 보인다”며 “터키 정부는 (미국과의)관계가 파행을 맞는 것을 피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카네기평화연구소의 시난 울겐은 이같은 터키의 움직임은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터키의 열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터키가 이같은 움직임을 강요받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는데, “첫 번째로는 코바니 함락이 터키의 (쿠르드족과의)평화 수립 노력을 뒤집을 수 있다는 강한 인식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터키의 목표인 시리아에서의 정권교체를 미국이 강력히 지지할 수 있도록 확신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르드족과 IS를 모두 ‘테러리스트’라 부르며 비난했었다. 쿠르드노동당(PKK)은 테러조직으로 규정되고 있으며 지난 30년 간 터키 내에서 자치권을 얻기 위해 투쟁을 벌여왔다.

터키 국경에는 수십만 명의 쿠르드 난민이 밀려들며 터키의 코바니 공습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정부가 군을 동원해 쿠르드족을 진압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터키가 이라크 쿠르드족에 대한 지원이 가시화될 경우 이같은 긴장도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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