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令 안 서는 국감 동행명령
뉴스종합| 2014-10-23 11:44
“시간 여유를 두고 정해진 날짜에 증인으로 나오라고 했는데 정작 나오진 않고 자기 사정에 맞춰 국정감사에 출석하겠다니 국회를 너무 낮잡아 보는 거 아닌가요?”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23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국회로부터 증인출석 요구를 받고도 중국 일정을 강행한 데 이어 자신이 귀국한 뒤 국감에 나오겠다고 ‘통보’ 식으로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거부감이 짙게 베어 있었다.

대한적십자사는 김 총재가 지난 21일부터 5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제9차 아태지역회의’와 ‘동북아시아 리더십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며 26일 귀국 후 국정감사를 받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실상 23일 국감 불출석을 재확인시킨 셈이다.

이에 동행명령장 발부까지 거론했던 복지위는 머쓱해졌다. 증인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6조 1항)에 따라 국회는 특정 날짜, 장소 등을 명기해 해당 증인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총재가 26일 귀국 후 출석하겠다고 ‘선수’를 치면서 동행명령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엔 증인이 해외에 나가 있을 경우 동행명령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속사정도 있다. 복지위 한 관계자는 “김 총재가 국내 출장만 갔어도 23일자로 동행명령장을 보낼 수 있었는데 해외로 나가 있으면 사실상 데려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동행명령장을 받고도 끝까지 버티는 경우도 있다.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이 대표적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5일 이 전 선장에게 16일 밤 12시까지 출석하라고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그는 끝나 나타나지 않았다. 24일 종합국감 때 증인으로 다시 채택됐지만 이 전 선장은 또 다시 불참키로 했다. 이에 농해수위는 동행명령장을 다시 발부하는 동시 이 전 선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사후 조치에 그친다. 동행명령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증인을 국감장에 앉히는 힘이 국회에 없다. 처벌도 사법부 소관이기 때문에 입법부 손을 떠나는 꼴이다. 국회에서 동행명령에 대해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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