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폐 처분 전문가 앤티 이코넌 S&R 기술부장
고준위까지 처리 무방 높게 평가
[경주=허연회 기자] ‘방사성 폐기물’이란 말을 꺼내면 일단 걱정부터 앞서는 게 현실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된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이만저만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당국은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방사성 폐기물을 봉인(封印), 한치의 누수도 없이 처리해 인체에 무해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지만 러시아의 체르노빌, 일본의 원전사고를 경험한 국민들은 이런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에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일정으로 경주 현대호텔에서 방사성폐기물 안전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 6월 공사를 마친 경주 방폐장의 본격 운영을 앞두고 이곳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를 통해 주민들과 함께 향후 방폐장 운영 방향 및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 행사에는 국제적인 방사성 폐기물 처분 전문가들이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방문했다. 핀란드의 유명기업인 S&R사에서 기술부장을 맡고 있는 앤티 이코넌 씨도 이들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년 간 6개국 9곳의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을 찾아 안전성 점검을 수행한 바 있는 베테랑이다.
경주 방폐장을 둘러본 그에게 소감을 묻자,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그는 말문을 열었다. 앤티 이코넌 씨는 이어 “충분한 안전도(Safety margin)를 확보한 상태에서 설계를 하고 건설을 진행했다는 점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주 방폐장은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를 위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해도 무방할 정도로 안전성을 확보한 곳”이라며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기해 건설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강조했다.
경주 방폐장은 최근 지하수 침출 우려가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앤티 이코넌 씨는 그러나 “사실 물이 들어오는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한국의 경우 물이 여러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양이 적어 지질학적, 수질학적 측면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방폐장을 운영해야 하는 우리나라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처분하는 것”이라며 “방폐장을 운영할 때와 잠시 쉴 때 가급적 많은 국민들을 방폐장에 초청해 직접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핀란드의 경우 지난 20년간 국민들에게 방폐장 운영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해 왔다. 이런 이유로 핀란드 원자력 규제기관인 스툭의 경우 국민들의 83%가 신뢰한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앤티 이코넌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며 “방사능 수치를 홈페이지에 그대로 공개하고 지역민을 수시로 만나 소통을 한다면 신뢰도가 저절로 올라가고,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okido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