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덕훈 행장, 연탄에 나른 온정
뉴스종합| 2014-10-30 11:13
가을햇살이 따스했던 지난 29일, 서울 중계본동에 있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이 분주했다. 파란 조끼를 입고 운동화 끈을 질끈 맨 수출입은행 직원들이 연탄을 나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골목길이 발걸음 소리로 가득했다.

경사가 가파른데다 한 사람도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길이 좁아 초보 연탄 배달원들은 연탄이 지게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이들이 더 맣은 땀을 흘린 덕분이었을까. 다행히 연탄을 떨어뜨린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덕훈 수은 행장 등 ‘수은 희망씨앗 나눔봉사단’이 찾은 백사마을은 수은이 3년째 연탄을 지원하는 동네다. 비탈진 곳에 1~2평 남짓한 판잣집이 빼곡히 들어선 이 동네는 1960년대 우리나라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행장은 이 마을을 둘러보면서 “잘만 가꾸면 프랑스의 몽마르트르가 부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29일 서울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직원들과 함께 연탄을 나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수출입은행]

이 마을은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시가 이 지역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해 조만간 개발이 시작된다는 게 이 마을 주민의 전언이다. 이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올해만 40가구가 떠나 이제 이 마을에는 500여 가구만 남았다. 수은 직원들은 올해가 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연탄 배달 봉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 때보다 더욱 열심히 연탄을 날랐다.

이날 봉사단이 나른 연탄은 총 1500장. 10가구가 한 달간 쓸 수 있다. 수은은 올해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연탄 5만장을 후원했다. 이중 4만장이 백사마을 등 서울에, 나머지 1만장은 금산 지역 소외계층에 전달될 예정이다. 봉사단이 이날 나른 연탄도 수은이 후원한 연탄 중 일부이다. 수은이 제공한 연탄 덕에 독거노인, 장애ㆍ조손가정 등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취약계층이 한 달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

이날 직원들과 함께 땀을 흘린 이 행장은 “수은이 외국에서 일을 많이 하지만 국내에서도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오늘 땀 흘려 나른 연탄으로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은은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화하고자 ‘희망씨앗(SEED) 프로그램’을 도입해 ▷취약계층의 자립지원 ▷다문화가정 및 탈북민 등 신(新)구성원의 사회적응 지원 ▷글로벌 사회공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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