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문제는 가계부채다”…’빚으로 지은 집’
라이프| 2014-10-30 17:38
빚으로 지은 집/아티프 미안ㆍ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열린책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과 시카고 대학의 금융 담당 교수 아미르 수피가 공동으로 지은 ‘빚으로 지은 집’은 과다한 가계 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가계 부채가 경제 불황의 근본 원인이며 빚을 진 가계들 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 내의 그 누구도 가계 부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가계 부채의 급증은 소비 지출의 감소를 가져오고 이는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다. 경제 침체의 가장 큰 타격은 가장 적게 가진 사람들에게 가해지며, 부의 불평등은 강화된다는 것이 저자들의 연구 결과다.

저자들은 대공황과 대침체, 현재 유럽의 경제 위기가 엄청난 규모로 늘어난 가계 부채가 소비 지출의 급락을 초래함으로써 일어났다는 가설을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 증명한다.

그동안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등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킨 은행 위기가 대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으며, 이에 바탕해 정부는 이들 금융 기관에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을 투입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은행과 채권자의 이해를 보호하는 데만 치우쳐 있다고 비판하며, 근본적인 문제는 과도한 가계 부채에 있기 때문에 구제 금융을 통한 금융 시장 살리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저자들은 미국의 가계를 5분위로 나뉘었을 때 주택 가격의 폭락이 계층별로 상이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힌다. 금융 자산이 소유 자산의 80%에 이르는 상위 20%는 주택 가격의 폭락으로 인한 타격이 거의 없었으나 ‘가진 것이 집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이마저도 막대한 빚으로 유지하는’ 하위 20%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저소득층의 부채는 고소득층의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미국에서 기술주 거품이 터졌던 2000년대 초반과 주택 시장의 거품이 꺼졌던 2000년대 중반 이후 상이한 결과와 현상을 분석하면서 가계의 막대한 빚이 어떻게 경제 전체를 무너뜨리는지를 입증한다.

‘빚으로 지은 집’은 경제 위기와 장기 불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가계 부채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부채 탕감 정책을 제안한다. 그 예가 위험 분담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형태의 모기지 계약, 즉 책임 분담 모기지다. 채무 계약은 돈을 빌려준 대부자도 위험과 책임의 일부를 나누어 가지는 주식의 형태에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빚으로 지은 집’은 가계부채가 1219조 원에 달해 폭탄 뇌관으로 꼽히는 한국경제가 귀담아 들어야 할 젊은 경제학자들의 분석과 제언이 담긴 책이다. 저자 아티프 미안과 아미르 수피는 국제통화기금이 선정한 ‘45세 이하의 차세대 경제학자 25인’에 선정된 젊은 석학들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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