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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신비 품은 ‘곶자왈 ’… ‘환상숲’으로 초대
라이프| 2014-11-04 11:55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정글인 제주 한경면 ‘곶자왈’이 관광지 ‘환상숲’으로 거듭났다.

뿌리와 가지가 지상에서 만나 엉키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기온차가 10도 이상 차이 나는가 하면, 늦가울에도 따뜻하고 한여름에도 서늘한 신비의 숲이다.

곶은 숲이고, 자왈은 가시를 뜻한다. 암석들이 켜켜이 쌓인 지형에서 뿌리를 내려 악착같이 살아나려는 식물들의 생존경쟁이 펼쳐져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골고사리, 백양금 등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조하는 곳. 대한민국에서 서식하는 양치식물 생물다양성 종(種) 가운데 80%가 제주도에 산재한 곶자왈에 있다.
돌무지 위의 숲, 살아남기 위한 식물들의 투쟁이 벌어지는 제주 한경면 환상숲 곶자왈 입구(왼쪽)와 위로 올라온 단단한 근육질의‘ 판근(板根)’이 태고의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식물로는 개가시나무, 새우란, 더부살이고사리, 동물로는 긴꼬리 딱새, 제주휘파람새 등 세계적인 희귀종과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한다. 돌 무지 위에서 터를 잡은 아름드리 나무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데, 단단한 근육질의 뿌리 ‘판근(板根)’이 땅 위 온 사방으로 뻗어 육중한 본체를 지탱해주는 지줏대 노릇을 한다.

약이나 차(茶), 건강식품 재료로 쓰이는 꾸지뽕나무는 사람과 동물의 몸이 닿는 곳에만 가시가 있고, 윗쪽엔 가시가 없다. 그리고 줄기는 덩쿨이 되어 남의 나무를 타고 한없이 위로 뻗어 나간다. 이곳의 모든 식물들이 생존을 위해 뿌리와 가지를 손사방으로 뻗는 바람에 정글이 되고, 그만큼 볕이 들 공간이 작기에 위로, 또 위로 태양을 찾아 오르는 것이다.

운영자 이형철(54)-문은자(54)씨 부부는 유사한 다른 지역의 곶자왈 소유주, 연구자, 동호인 등과 함께 ‘곶자왈 사람들’이라는 토론 및 보존그룹을 만들어 9년간 활동해왔다. 딸 이지영(27)씨는 서울 농촌연구원에서 근무하다, 부모님과 의기투합해 곶자왈의 신비로움을 알리는 일을 사업화하기로 한 뒤, 전격 낙향한 엘리트이다. 미모에다 발랄하고 지혜가 넘치는 지영씨로부터 ‘청산유수’ 곶자왈 설명을 듣노라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럼 속세를 잊고 몽롱해진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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