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부엉이 형상을 한 고흐ㆍ모나리자…책에 빠지다
라이프| 2014-11-04 08:38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책 더미 속에서 부엉이 형상을 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자세히 보니 하나는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 속 빈센트 반 고흐를 닮았고, 또 다른 하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닮았다. 부엉이로 의인화 된 고흐와 모나리자가 화면 밖 누군가의 부름에 깜짝 놀란 듯 하다.

부엉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가 항상 함께 다니는 신조(神鳥)로, 서양에서는 지혜의 상징으로 여기는 동물이다. 
Book and Lover, 72x60㎝, 캔버스에 아크릴, 2014 [사진제공=청안갤러리]

중견 서양화가 안윤모(52)는 달밤에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는 부엉이들이 지식의 보고(寶庫)인 책더미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상을 화폭으로 옮겼다. 제목은 ‘책과 연인들’. 초승달 아래 책더미에 묻혀 밀회를 즐기는 부엉이 연인들이라니, 그 동화적 상상력이 유쾌하면서도 낭만적이다.

작가는 책과 부엉이라는 상징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점점 도외시되고 있는 지식과 지혜에 대한 갈증을 이야기하고 있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던 서양 근세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의 말처럼, 역사 속 현인들의 지혜를 만나는 길은 스마트폰이 아닌 책 속에 있음을 전하고 있다.

‘부엉이, 돌아오다’라는 타이틀로 열린 안윤모의 개인전은 12월 31일까지 정동 청안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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