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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인사이드] 슈퍼리치와 박세리...
뉴스종합| 2014-11-11 12:27
[특별취재팀=권남근 기자] 요즘 세계무대에서 한국여자골프 선수들이 펄펄 납니다. 올해만 벌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0승을 올렸지요. 박인비는 그 중 3승을 거두며 지난 6월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시에게 빼앗겼던 1위 자리도 되찾았습니다.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이처럼 맹활약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타고난 자질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박세리가 일등공신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시름에 잠겨있던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물속 맨발 투혼으로 우승했습니다. 양말을 벗자 감춰졌던 하얀 발이 드러났습니다. 발목 위와 너무나 선명히 대비돼 이를 지켜 본 모두가 놀랐고 감동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박인비도 그때의 하얀발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박인비는 신지애 등과 함께 ‘박세리 키즈’로 불립니다. 박세리는 한국여자 골프사에 없던 길을 만들었고, 이 길을 박세리 키즈와 그들보다 더 어린 선수들이 계속 넓혀가고 있습니다.

 
박세리 선수


최근 전세계적으로 ‘뉴 리치’들이 슈퍼리치의 반열에 잇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자산정보회사인 ‘웰스엑스’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1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빌리어네어들이 지난해만 155명이 생겼습니다. 자수성가형이 대부분으로 IT는 물론 의류, 바이오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길을 열고, 부를 쌓은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슈퍼리치의 등장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 중 다수는 그 나라의 성장산업과 미래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슈퍼리치의 숫자에서 보면 한국은 실망스럽습니다. 한국의 억만장자수는 30여명이며 그중에서 자수성가형은 10여명에 불과합니다.
 
최근 IT부호의 열풍속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래리 페이지(구글), 제프 베조스(아마존)는 물론 마윈(알리바바)과 레이쥔(샤오미) 등 미국과 중국 신흥부호들의 성장세는 무섭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슈퍼리치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자수성가형이 많은 IT부호 숫자(포브스 1분기 기준)에서 미국과 중국은 각각 62명과 22명이었지만 한국은 3명에 그쳤습니다. 일본도 6명이나 됩니다.

 

1998년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박세리 선수의 '맨발의 샷'.

국가경제를 위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이 10개이상 더 나와야 된다는 주장에는 누구나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이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진 않습니다.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과 같은 뚝심의 창업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슈퍼리치가 곧 창업자입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은 늘 어렵고 외롭습니다. 그래서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얻어 도전하고 청출어람의 새역사까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마침 이달 한국에서 전세계 벤처 창업자들이 모이는 행사의 주제가 ‘창업가는 현대의 영웅’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엔 취업과 고시가 아니라 세상을 한번 바꿔 보려는 일에 도전하려는 후끈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골프계의 박세리처럼 선도적인 슈퍼리치가 한명이라도 하루 빨리 나와야 합니다. 그를 보고 누구나 꿈꾸고 싶은 슈퍼리치, ‘현대의 영웅’들이 잇달아 탄생하는 것, 결국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골프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골프로 할까 합니다. 지난 9일 일본에서 열린 LPGA투어 미즈노클래식에서 우승한 이미향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키가 상대적으로 작아(162㎝), 아버지가 골프를 그만두자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미향 선수는 ”가장 멋진 스윙을 만들겠다“며 당차게 이야기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세계를 주름잡을 배짱과 강단을 지닌 슈퍼리치도 한국에서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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