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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이슈] 재계 ‘청담대전’…대지주 신세계에 도전장 낸 삼성
뉴스종합| 2014-11-14 11:18
갤러리아 맞은편 압구정로 60길

분더샵·지방시 등 명품매장 밀집
신세계, 최대필지로 ‘신세계스트리트’ 형성
삼성, 도산대로 勢 확장중
터줏대감 효성, 10꼬르소꼬모 빌딩 소유
샤넬·구찌 등 해외 기업도 속속 땅매입

‘청담프리미엄’에 임대보다 매입기업 많아



[특별취재팀=성연진ㆍ윤현종ㆍ김현일 기자] 청담동이 ‘럭셔리의 상징’이 된 것은 1995년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입점이 시작이었다. 이듬해 서울시가 갤러리아에서 삼성동으로 이어지는 1.2㎞의 거리를 ‘특화거리 조성사업’에 포함시키면서 명품거리는 공식화됐다.

청담동 명품거리가 전환점을 맞은 것은 1999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명품 편집매장 ‘분더샵’이 선보이면서부터다. 여러 디자이너 의류들을 한데 모은 편집샵의 등장으로, 단순히 브랜드 로고를 드러내는 것에 그쳤던 명품 소비는 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바뀌어갔다. ‘청담동은 백화점과는 다르다’고 알려지면서, 럭셔리의 상징이 됐다. 가격표는 살펴보지 않는 부호들이 몰려든 곳에 돈이 모이고,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기업들이 청담동에 욕심을 숨기지 않게 된 것도 이즈음이다. 


▶압구정로 60길 신세계 스트리트, 2% 부족해진 까닭=갤러리아 명품관 바로 건너편 압구정로 60길은 특히 이 같은 ‘청담 욕망의 역사’가 밀집된 곳이다.청담동 명품거리의 랜드마크로 일컬어지는 ‘분더샵’과 ‘10꼬르소꼬모’, ‘토리버치 플래그십 스토어’가 모두 이 일대다. 이들 세 곳 사이에 얽히고 설킨 뒷얘기가 재미있다.

발단은 ‘10꼬르소꼬모’가 위치한 땅이었다. 이서현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이 2008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를 론칭하면서 ‘콕 집은’ 이 자리는, 공교롭게도 효성그룹이 1995년부터 갖고 있던 곳이었다. 현재 기준 공시지가 467억5000만원, 실거래가 841억6000만원으로 추정되는 이곳을 삼성그룹 계열사가 ‘돈이 없어서’ 못 사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땅의 주인은 효성이고, 제일모직은 임대료를 내는 ‘세입자’가 됐다.

이 때문일까. 이듬해인 2009년 이건희 회장은 바로 옆 땅을 사들여 ‘토리버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운다. 매입 당시 이 회장은 법인 명의가 아닌 개인 이건희 명의로 땅과 빌딩을 매입해 화제가 됐다. 해당 건물을 시세의 배 가격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일대에선 ‘이건희 건물’로도 불렸다.

그런데 본래 청담동 79번지 주변은 이 회장의 동생 이명희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이 사들이던 곳이었다. 업계는 이명희 회장이 2000년 이후 이 일대를 본격적으로 매입하면서, ‘신세계 청담 타운’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예상을 해오던 터였다. 그런데 가운데 자리에 신세계가 아닌 삼성 땅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실제 압구정로 60길 양쪽으론 삼성가의 토리버치와 10꼬르소꼬모를 제외하고 ‘신세계 스트리트’와 다름없다.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바라본 압구정로 60길의 왼편에는 신세계 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엠포리오 아르마니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옆엔 신세계 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로 신세계 인터내셔날이 국내에 들여오는 명품 브랜드 지방시와 어그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있다.


▶청담동 대지주, ‘신세계 vs 삼성생명’=신세계는 지난해에도 압구정로 60길가의 또 다른 빌딩 두 채를 각각 250억원과 300억원을 들여 추가로 사들였다. 현재 이 빌딩들은 유명 헤어숍과 성형외과 등이 들어와 있지만 업계는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이 빌딩들 역시 신세계 브랜드로 채워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단위면적(㎡)당 10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법인 가운데 청담동 일대에 가장 많은 필지를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신세계 인터내셔날 10개 필지, ㈜신세계 3개 필지, 신세계백화점 1개 필지 등 총 14개 필지가 신세계그룹에 속해 있다. 이들 14개 필지의 실거래가는 최소 1847억8000만원(공시지가의 1.8배 추정)으로 집계된다.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 개인으로 소유한 필지까지 합하면, 신세계가 ‘청담동의 대지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 업계는 내년에 청담동 97번지 일대에 진행 중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옥건설이 마무리되면, 신세계 타운의 윤곽이 더욱 확실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가 청담동 명품거리 초입을 선점했다면, 도산대로쪽은 삼성가가 쥐고 있다. 이 일대는 최근 ‘메종 에르메스’ 등이 들어서며 또다른 고급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청담동 3번지 일대 1000평이 넘는 여러 개 필지를 2012년 전후로 매입했다. 망고식스 청담점이 있는 유담빌딩도 삼성생명이 주인이다. 이 일대 부동산 종사자들은 삼성이 근처에 잇따라 매입한 부지를 호텔 등으로 개발하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신세계에 버금갈 또 하나의 청담 대지주이기도 하다. ㎡당 10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청담동에만 총 9개 필지(실거래가 1624억5000만원 추정)를 보유한 땅부자다. 여기에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토리버치 청담점을 감안하면 청담 터줏대감 신세계를 위협할 만하다. 또 올해 초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합작해 세운 생보부동산신탁이 경매로 낙찰받은 91번지 일대 유료주차장을 호텔 등으로 개발하게 될 경우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처럼 청담동 일대 땅에 각 기업이 앞다퉈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이곳에서 사업을 벌일 때 임대보다 매입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청담동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훗날 사업 운영 종료 시에도 임대수익이나 시세 차익을 얻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700억원 들여 까르띠에빌딩 산 샤넬, 해외 명품도 청담동 입성 노려=청담동 부동산 투자는 해외 명품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샤넬코리아는 올 초 까르띠에가 영업 중인 청담동 플래티늄빌딩의 건물과 토지를 700억원대에 구입했다. 백화점과 면세점 외 국내 단독 매장이 없는 샤넬은 이 자리에 대형 부티크를 열 계획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크리스찬디올쿠튀르는 청담동 일대에 4개 필지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2010년 매입한 4개 필지의 시세는 305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디올은 내년 초 약 1000㎡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5층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특히 남성매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준비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 해외 명품업체들이 주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전후로 청담동 투자에 나섰다는 점이다.

프라다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에, 구찌는 1998년에 땅을 구입해 플래그십스토어를 세웠다. 페라가모는 2000년에 사들였다. 다시 되판다면 큰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내 대기업도 청담동 투자에 예외는 없다.

대신증권이 2012년 사들인 청담동 땅에는 최근 ‘드레스가든’이라는 웨딩홀이 문을 열었다. 돔 형태로 결혼식뿐 아니라 쇼나 파티 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는 이 땅과 건물의 실거래가는 591억1000만원대로 추정된다.

매일유업은 청담동 99번지 일대에 3개 필지를 갖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계열사인 커피전문점 폴바셋 법인이 위치하고 있다. 이외 남성정장업체 ‘비고브라운’, 웨딩카 업체 ‘콤마리오’ 등도 들어서 있다. 매일유업 명의인 다른 땅에도 계열사가 아닌 웨딩드레스업체 ‘브라이덜공’이 위치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청담동에 하이트진로 빌딩을 갖고 있지만 삼청빌딩도 소유하고 있다. 의류 회사 베띠앙뜨 역시 사옥 외에도 씨티은행 등이 들어선 상원빌딩도 보유 중이다. 


▶드러나는 청담 숨은 부호, ‘벤틀리 서울’ 들어선 빌딩 주인 알고보니=청담동 땅과 빌딩을 갖고 있는 숨은 부호도 곳곳에 있다.

주식회사 HKI스틸은 청담동에 위치한 일본차 판매사인 스바루 지산모터스의 건물주이고, 뉴후론티어산업은 벤틀리 서울이 위치한 소봉빌딩의 주인이다.

특히 뉴후론티어산업의 황충엽 대표이사는 사격 국가대표 출신으로 피겨협회 회장과 사격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호실장이었던 고 박종규 전 국회의원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탈리아에서 파스타 소스 등을 수입하는 식자재업체 보라티알도 청담동 131번지 일대에 빌딩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사옥은 대치동 대원빌딩으로 청담동 부동산은 임대 수익을 올리는 곳으로 추정된다.

종전에 없던 신사업으로 청담동에서 입지를 다진 곳도 있다. 부동산전문개발업체 휴먼터치가 세운 휴먼터치빌은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용 주택으로 외국인을 겨냥한 ‘서비스드 아파트’(serviced apartment)다. 장명호 대표는 일찍이 부동산업계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로, 30세에 강남구 역삼동 노스텔지아 관광호텔을 지었다. 강남 신사동 월드북센터와 양평리조텔도 그의 작품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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