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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못 움직여도 눈동자로 세상과 소통해요”…삼성전자, 안구마우스 ‘아이캔플러스’ 개발
헤럴드경제| 2014-11-25 11:13
모니터 연결 박스형으로 개발…기존 안경ㆍ렌즈 형태 불편 해소
눈동자 움직임만으로 화면에 글도 쓰고 인터넷도 간편하게 이용

직원 아이디어로 출발, 사내연구소 역량 가미…수요자 의견 반영
내년 초부터 무료보급 나서…관련 HWㆍSW 기술 외부 개방 계획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2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삼성전자 ‘투모로우 솔루션 랩(Tomorrow Solution Lab)’. 생후 7개월부터 30년 넘게 척수성근위축증을 앓으며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연세대 스티븐 호킹’ 신형진(31ㆍ연세대 대학원) 씨가 아직 움직임이 남아있는 두 눈으로 안구 마우스 ‘아이캔 플러스(EYECAN+)’를 이동시켰다. 마우스는 신씨의 눈동자를 따라서 모니터 위 커서를 움직였다. 굳어진 신씨의 얼굴 위로 엷은 미소가 번졌다.

신씨처럼 척수성근위축증이나 루게릭병(근육위축가쪽경화증) 등을 앓아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도 눈동자만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안구 마우스가 개발됐다.

<사진설명> 삼성전자가 25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손발의 움직임이 불편한 사람도 눈동자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안구마우스 ‘EYECAN+’를 발표하고 시연을 하고 있다. 척추성근위축증을앓고 있는 신형진씨(앞쪽)가 눈으로 마우스를 조작하고 있다.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삼성전자는 이날 서초사옥에서 시연회를 통해 안구 마우스 ‘아이캔 플러스’를 선보였다. 기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형태의 안구마우스가 진화해 눈동자만으로 마우스를 조정할 수 있으며, 안구 인식의 정확도와 제품 성능이 향상됐다. 기존 안구 마우스의 차세대 버전이다.

‘아이캔플러스’는 모니터에 연결하는 박스 형태로 만들어, 안구 인식장치가 있는 별도의 안경을 착용해야 했던 기존 제품의 불편을 해소했다. ‘아이캔플러스’를 모니터와 연결하고 사용자의 눈에 맞게 한 번만 설정하면, 그 다음부터 모니터를 보면서 자유롭게 글을 쓰거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마우스 포인터가 이동하고 특정 아이콘∙폴더, 링크를 1초 동안 바라보거나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클릭과 스크롤링 등을 실행할 수 있다.


‘아이캔’은 2011년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개발에 나서면서 2012년 첫 선을 보였다. 특히 기존 안구 마우스는 가격이 1000만원이 넘는 고가였는데, ‘아이캔’은 재료비가 5만원에 불과해 관심을 받았다.

‘아이캔 플러스’는 기존 제품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했다. 특히 신씨 등 실제 수요자들이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직접 제품을 시연한 신씨는 측근을 통해 “‘아이캔 플러스’는 신체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제품”이라며 “무엇보다 개발 과정에 참여해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일정량의 ‘아이캔 플러스’ 개인과 사회단체에 무료 보급할 예정이다. 또 관련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외부에 개방해 사회적기업과 일반 벤처기업들이 안구마우스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술 기부’에도 나설 계획이다.

조시정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상무는 “‘아이캔 플러스’는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삼성전자의 연구ㆍ개발(R&D) 역량을 더해 세계적인 제품으로 결실을 맺은 사례”라며 “이처럼 임직원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데 기여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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