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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 식상해진 대중, 음악에 눈 돌리다…‘슈스케6’ㆍ‘K팝스타4’, 제 점수는요?
엔터테인먼트| 2014-11-26 07:32
고승희=우리가 보고 싶었던 건 ‘누구나의 드라마’가 아닌 그들의 마음을 담은 음악…그러니 잘 될 수밖에 ★★☆

정진영=트렌드를 먼저 읽고 발상의 전환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미래 역시 밝아질 것 ★★★


[헤럴드경제=고승희ㆍ정진영 기자]‘오디션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말이 수그러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케이블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 시즌6는 곽진언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다. ‘슈퍼스타K’의 바통을 이어 받은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는 첫 회부터 이진아라는 걸출한 참가자로 관심을 받고 있다. 담백한 저음과 단출한 통기타 연주만으로 자작곡 ‘자랑’을 들려준 곽진언은 기존 가요계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신선한 매력을 보여줬다. 개성있는 목소리의 이진아는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로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오디션 클립 영상으로 공개 24시간도 되지 않아 100만뷰를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슈퍼스타K6’가 시작할 당시만 해도 프로그램에 거는 대중의 기대치는 낮았다. 지난 2010년 케이블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인 18.1%(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슈퍼스타K2’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승전 시청률이 1.56%로 역대 최저이자 사상 최악이라 꼽히는 ‘슈퍼스타K5’와 시즌3로 일찌감치 막을 내린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은 대표적인 예다. 비슷한 포맷에 뻔한 ‘사연팔이’, 실력마저 미지수인 참가자들의 경연과정은 방송보다 한 발 앞선 대중에게 식상함으로 비쳤다.


식상함이 다시 신선함으로 반전된 것은 ‘아티스트 형’ 참가자들의 역할이 컸다. 곽진언과 이진아 모두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은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주로 강조했던 기존 참가자들과 궤를 달리 한다. 성시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 점을 통해 “음악 자체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며 “자극적인 퍼포먼스에 질린 대중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음악 자체로 이어진 것”이라고 오디션 프로그램 부활의 이유를 분석했다.


특히 ‘슈퍼스타K6’는 프로그램의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과감하게 버렸던 점이 반전의 키를 잡았던 요인이었다. “스토리텔링이나 (악마의)편집, 사연 등 지적받은 사항을 전부 들어낸 구습의 타파”(윤종신)와 “철저하게 오디션의 본질, 즉 음악과 실력에만 집중”(김기웅 엠넷 국장)했던 점이다. 이번 시즌 우승자인 곽진언이 “초등학교 때 수학경시대회에서 22점을 받고 ‘홈스쿨링’을 하게 됐다”는 사연이 결승전 이후에야 공개된 것도 제작진이 참가자들의 ‘사연팔이’를 지양하자는 원칙을 세워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슈퍼스타K6’를 통해 시청자들은 역대급 실력자들의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프로 못지 않은 실력보다는 그들의 성장과정에 더 중점을 두지만, ‘K팝스타4’ 역시 탄탄한 내공의 실력자들이 포진해있다. 박진영은 앞서 ‘K팝스타4’ 제작발표회에서 “단지 전주를 들었을 뿐인데 ‘합격’을 누를 정도로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하는 참가자도 있었다”며 “마치 산울림이나 밥 딜런처럼 호흡이나 발성을 말하면 안될 정도로 음악성이 뛰어난 친구들이 늘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음악의 힘’에 강조하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특히 올 한 해 오디션 참가자들의 음악적 성향은 인디 신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두 프로그램의 공통된 특징이다. 곽진언은 최근 진행된 ‘슈퍼스타K6’ 우승자 기자간담회에서 “홍대 카페를 전전하면서 작은 공연들을 해왔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홍대에는재능이 뛰어난 분들이 정말 많다. 비주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계와 음악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진아 역시 지난해 이미 첫 정규 앨범 ‘보이지 않는 것’을 발표하고 페퍼톤스의 앨범에도 참여했던 인디 뮤지션 출신이다.

정덕현 대중음악평론가는 “인디 신이 소박하게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방송가나 가요계가 외면하고 있어도 대중이 이를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디션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을 세워놓고 가르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노래는 취향이 됐고 순위가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됐기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디 신을 기웃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들의 오디션 출연은 기성 가요계에 좋은 음악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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