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인상 등 변수 전망치 하회할 듯
물가상승률 2.4%…디플레이션 우려
GNI 3만88弗…세계 7번째 ‘30-50클럽’
내년 살림살이는 올해보다 나아질까. 한해를 마무리할 때쯤 늘 갖는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미지근하다고 할까. 그런데 체감경기는 차갑다. 너무나 천천히 상승곡선을 그리는 탓에 피부로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팍팍한 삶은 여전할 전망이다.
국내 기관들이 예측한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은 3%대 중후반이다. 올해보다 조금 나아지는 정도다. 하지만 변수도 많다. 대외 변수로는 미국 금리 인상, 유로존 경기 둔화 가속, 일본 아베노믹스의 실패,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현실화한다면 한국 성장률은 전망치를 하회할 수밖에 없다.
안으로 보면, 소비를 제약하는 가계부채와 시한폭탄 자영업자,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우리 경제를 잠재성장률 밑에 머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물가 국면은 다소 완화된다는 게 통화당국의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전년대비 1.4%로 예상한 데 이어 내년에는 2.4%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한은의 물가목표 하한치(2.5%)에 미치지 못한다. 저물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물가를 뛰어넘어 물가하락(디플레이션) 국면으로 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왜 전세계는 디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나. 인플레이션보다 무서운 이유는 무엇인가.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한국은 내수가 부족하다. 가계부채는 포화다. 이런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심리가 확산된다면, 안그래도 닫혀 있는 소비자의 지갑 닫히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내일이면 물가가 또 떨어질텐테, 오늘 물건을 살 이유가 있느냐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소비→투자→고용→소비’라는 선순환 고리는 사라진다.
금리 생활자는 더 고통스러울 것 같다. 금융연구원은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을 올해 2.6%에서 내년에는 2.5%로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는 어떨까. 가계부채를 먼저 살펴보자. 아직은 버틸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따라서 가계부채로 인해 부동산 가격의 폭락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에는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 교체 수요 진입, 저금리로 투자수요의 유입이 예상된다”면서 “그래도 저성장에 대한 장기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내다봤다.
우울한 예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세부담률(조세수입 나누기 GDP)은 올해 18.0%에서 내년 17.5%으로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88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7번째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하게 된다.
LG경제연구원도 2020년 우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숫자 그 이상의 의미있는 내실을 다져야 하는 게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치나 상징적인 추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가 체감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면서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성장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