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관피아 사라진 금융권 ‘新관치시대’
헤럴드경제| 2014-11-28 11:29
민간출신 요직 대거 기용 불구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내정 등
당국 인선 관여도 여전히 높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 배제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금융권 요직에도 민간 출신이 대거 기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만 바뀌었지, 인선에서 여전히 당국의 관여도가 높아 새로운 형태의 관치금융(官治金融)이 싹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고위 인사는 28일“ 관(官)출신이 민간으로 교체되자 이제는 금
융당국이 뒤에서 입김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의 대표적 사례가 전국 은행연합회 회장 선출 건이다. 민간분
야이면서도 공공성이 강조되는 은행 업무의 성격으로, 정부는 회장 자리를
쉽게 민간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10명 중 민간 은행장 출신은 이상철(전 국민은행장)ㆍ신동혁(전 한미은행장) 전 회장 2명뿐이다.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인 유시열 전 회장까지 제외하면 모두 경제관료 출신
이다.

이번에도 차기 연합회장 후보로 관출신이면서 은행 경력을 갖춘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관료 배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순수 업계 출신인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과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이러던 중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급부상하더니,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
하는 이사회 1주일 전에 그의 내정 소식이 전해졌다. 정작 회장 선출권이 있는 시중은행장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의아해했다.

이를 두고 하 전 행장과 현 정부 인사들과의 친분이 작용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이‘ 입김’에 대한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하 전 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한ㆍ미 통화스와프체결 때 인연을 맺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당시 기획재정부 차관보)을 비롯해 정부쪽에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씨티은행 부행장 출신인 조윤선 청와대 청무수석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곱지 않은 시선도 나왔다. 모 시중은 행장은“ KB금융 회장에 도전했던 분이
갑자기 연합회장으로 온다고 하니 무슨 패자부활전도 아니고 씁쓸하다”고
전했다. 이에 설사 하 전 행장이 연합회장이 되더라도 회원사를 아우르는 협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노조는 당국의 밀실인사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
사원에 금융위에 대한 공익 감사도 청구한 상태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오후 은행장 10명과 연합회 회
장ㆍ부회장 등 12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이어 곧바로 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이 금융권 핵심인사로 부상하는 것도 신(新) 관치금융에 대한 의구심을 더한다. KDB대우증권 사장 자리에 서강대 출신인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내정되면서 그의 능력은
논외가 되고 서금회(서강대 금융인회) 논란만 고조되는 양상이다.

또 이순우 현 행장의 연임이 유력했던 우리은행장 후보로 같은 학교 출신
인 이광구 부행장이 거론되면서 관의 ‘보이지 않는 개입’이 계속되고 있다며 각종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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