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저유가發 글로벌자산 이동 시작됐다
뉴스종합| 2014-12-03 11:22
러시아·나이지리아 디폴트 위기
금·구리 등 원자재투자 속속 발빼기
美셰일가스업체 주가 반토막 속출

미국 2억弗이상 불로소득 소비로 연결
美 저유가 보너스 신차판매 붐
푸틴은 유럽행 가스밸브 잠글태세



국제유가 하락 후폭풍이 거세다. 2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1.79달러 (2.47%) 내린 배럴당 70.54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6월 고점이후 5개월여만에 38.6% 폭락한 것이다. 금, 은, 구리 등 상품 가격도 4~5년래 최저점을 맴돌고 있다.

미국의 셰일혁명에 맞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치킨게임’으로 촉발된 ‘3차 오일전쟁’의 결과다. 최대 피해국인 러시아는 루블화 가치가 하루새 9% 폭락하는 등 1998년 이후 16년만에 또다시 외환위기 공포에 사로잡혀있다.

가난한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도 디폴트(국가 파산) 우려에 떨고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도 재정 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반면 더딘 경제회복에 시름하는 선진국 유럽과 일본에선 저유가로 소비 촉진 기대감이 높아졌다. 미국은 연말 쇼핑 성수기에 ‘저유가 보너스’가 터져 대형차를 중심으로 신차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의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저유가가 이란 핵 협상에서부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결정까지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산 이동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원유 뿐 아니라 구리 등 원자재, 금에서 투자자들은 발을 빼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 약세가 상품 시장에서 광범위한 매도 우려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원자재 관련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셰일 관련 업체들의 몸 값도 폭락하고 있다. 석유개발사 할리버튼은 7월23일 이후 주가가 44% 가량 곤두박질쳤다. 셰일석유 생산업체인 컨티넨탈리소스 주가도 8월29일 이후 반토막났다.

시티은행의 한 애널리스트는 WP에 “현재 유가로는 미국 셰일석유 생산을 30% 가량 없앨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별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원유 수출국에선 자산 축소가, 원유 수입국에선 자산 확대가 일어나고 있다.

WP에 따르면 현재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OPEC 회원국의 연간 수입은 5900억달러(653조원) 줄게 된다. 이미 지난 6월 중순 이후 유가가 40% 급락함으로써 세계 산유국들은 앉아서 연간 1조5000억달러(1659조원)의 수입을 날린 셈이다.

특히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서방의 경제제재까지 겹쳐 러시아에서 올해 빠져나간 순자본유출액은 기존 예상치인 1000억달러를 25% 상회해 12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2008년 이후 최대다.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국채 2018년물 금리는 올 초 7%에서 10.42% 올랐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추가 가스관인 ‘사우스스트림’ 공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혼자 죽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영국 일간 타임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 유럽에 ‘가스전쟁’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석유 수입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은 저유가로 막대한 국고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영국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앤드류 케닝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하락의 결과로 세계 경제 규모는 0.5%~1.0% 사이에서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유가하락은 세계경제에 좋은 일”이라면서 “선진국 경제 성장률이 0.8% 더 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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