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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지구촌 판을 흔들다…국제정세ㆍ투자자금 ‘요동’
뉴스종합| 2014-12-03 11:16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저(低)유가가 지구촌 판을 흔들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제정세는 요동치고, 글로벌 투자자금의 대이동을 촉발시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1.79달러 (2.47%) 내린 배럴당 70.5달러에 거래됐다.미국의 셰일혁명에 맞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치킨게임’으로 촉발된 ‘3차 오일전쟁’으로 브렌트유는 지난 6월 고점이후 5개월여만에 38.6% 폭락했다. 금, 은, 구리 등 상품 가격도 4~5년래 최저점을 맴돌고 있다.

OPEC발(發) 3차 오일전쟁의 최대 피해국인 러시아는 루블화 가치가 하루새 9% 폭락하는 등 1998년 이후 16년만에 또다시 외환위기 공포에 사로잡혀있다.


가난한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도 디폴트(국가 파산) 우려에 떨고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도 재정 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반면 더딘 경제회복에 시름하는 선진국 유럽과 일본에선 저유가로 소비 촉진 기대감이 높아졌다. 미국은 연말 쇼핑 성수기에 ‘저유가 보너스’가 터져 대형차를 중심으로 신차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의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저유가가 이란 핵 협상에서부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결정까지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자산이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원유 뿐 아니라 구리 등 원자재, 금에서 투자자들은 발을 빼기 시작했다. 미국 셰일가스 업체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신용등급이 낮은 에너지업체들의 회사채 금리는 폭등하면서 6500억달러(719조원) 규모의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게티이미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 약세가 상품 시장에서 광범위한 매도 우려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원자재 관련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셰일 관련 업체들의 몸 값도 폭락하고 있다. 석유개발사 할리버튼은 7월23일 이후 주가가 44% 가량 곤두박질쳤다.

셰일석유 생산업체인 컨티넨탈리소스 주가도 8월29일 이후 반토막났다.

시티은행의 한 애널리스트는 WP에 “현재 유가로는 미국 셰일석유 생산을 30% 가량 없앨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산업 투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찰스 스왑의 캐시 존스 고정자산 전략가는 “바클레이의 미국 하이일드 지수의 15%가 석유, 가스 기업들”이라고 언급하며 “하이일드는 높은 레버리지다. 유가 30~40% 하락이 무엇을 의미할 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곳곳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원유 수출국에선 자산 축소가, 원유 수입국에선 자산 확대가 일어나고 있다.

WP에 따르면 현재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OPEC 회원국의 연간 수입은 5900억달러(653조원) 줄게 된다. 이미 지난 6월 중순 이후 유가가 40% 급락함으로써 세계 산유국들은 앉아서 연간 1조5000억달러(1659조원)의 수입을 날린 셈이다.

특히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서방의 경제제재까지 겹쳐 러시아에서 올해 빠져나간 순자본유출액은 기존 예상치인 1000억달러를 25% 상회해 12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2008년 이후 최대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에도 900억달러 규모 순유출을 예상했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당국도 은행들의 뱅크런에 대비, 비상 계획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국채 2018년물 금리는 올 초 7%에서 10.42% 올랐다. 베네수엘라 국채 2027년물 금리는 19.89%로 올 여름 보다 배가 뛰었다. 베네수엘라는 연료보조금 감축, 가격 통제, 사회복지프로그램 조정 등을 통해 긴축 재정에 나선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추가 가스관인 ‘사우스스트림’ 공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혼자 죽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영국 일간 타임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 유럽에 ‘가스전쟁’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석유 수입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은 저유가로 막대한 국고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영국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앤드류 케닝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하락의 결과로 세계 경제 규모는 0.5%~1.0% 사이에서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유가하락은 세계경제에 좋은 일”이라면서 “선진국 경제 성장률이 0.8% 더 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소비자의 호주머니도 불리고 있다. 미국의 보통 휘발유 소매가격은 갤런 당 2.77달러로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휘발유 비용 절감액은 하루 6억3000만달러에 이른다. 현재 가격이 유지될 경우 미국인은 2억3000만달러 규모의 ‘불로 소득’이 생긴다. 이는 차, 옷, 가구, 자동차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 운수업체는 반색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항공유 하락으로 4000만달러의 비용절감을 예상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내년 항공유 가격을 갤런 당 2.8달러를 예상해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브렌트유(1월인도분) 가격 추이

2일(현지시간) 70.75달러

출처: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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