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북스의 박영률 대표는 “지금은 거의 읽지 않고 있는 한국 근현대문학의 세계로 젊은이들을 초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방송과 오디오북을 통해 손 안으로 들어온 20세기 한국인들의 삶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젊은이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또 “문학이 문화를 통해 소개된 이후에 잃어버린 본질, ‘소리성(性)을 다시 찾음으로서 새로운 존재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100인의 배우들이 1900년대 이후 한국 대표 문인들의 대표 단편소설을 낭독하는 프로젝트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를 두고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는 강부자, 이순재, 김석만, 남명렬, 박정자 등 관록의 배우들로부터 황정민, 남경주, 예지원, 박철민, 송일국 등 스타연기자들까지 100명의 배우들이 나혜석부터 현진건, 김동인, 염상섭, 이기영, 이태준, 박태원, 황순원, 김동리 등 한국 근현대문학을 빛냈던 명작들을 낭독해 라디오로 방송하고,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져 독자들을 만나는 프로젝트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박정자)이 배우 100인을 ‘캐스팅’했고, EBS(사장 신용섭)는 라디오채널로 방송하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작품 선정과 오디오북 제작을 맡았다. 세 기관, 그리고 연극ㆍ방송ㆍ출판ㆍ문학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지난 2일 서울 동숭동 예그린씨어터에선 세 기관 및 단체의 대표와, 낭독에 참여하는 송일국, 예지원, 남명렬, 김석만, 김호정 등이 참석해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정자 이사장은 “독자와 청취자들에게 배우들의 성의와 향기를 전하고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과 만날 수 있는 환상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BS 신용섭 사장은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전국민의 독서와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계기”라며 “제작역량을 발휘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1926년 발표된 김명순 작가의 ‘나는 사랑한다’ 낭독을 맡은 박정자 이사장은 “테크닉보다는 배우들의 진솔한 감성이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며 “원칙이 있다면 토씨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의 ‘석공조합대표’(1927)를 읽을 예정인 송일국은 “연극배우로선 이제 첫 작품을 한 신인인데 기라성같은 배우들 틈에 끼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예지원은 “책을 열심히 읽고 연습을 많이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예지원은 정비석의 ‘성황당’(1937) 낭독을 시연했다.
낭독 작품은 한국 근현대문학 중단편 소설 중에서 문학사적 가치와 작품성, 그리고 낭독성을 고려해 작가별로 각 1편씩 총 100편을 선정했다. 1차로 근대문학 태동기인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발표된 작품 중 50편을 선정했으며, 2차는 한국전쟁부터 제5공화국 시기까지 50편을 선정할 예정이다. 작품선정은 커뮤니케이션북스가 자사의 브랜드인 ‘지식을만드는지식’으로 3년전 펴낸 ‘한국근현대대표작가 100선’을 기본으로 했다. 특히 배우들은 발표 당시의 표기와 어투 그대로 작품을 읽게 돼 더욱 주목된다.
낭독 작품은 내년 1월부터 EBS FM ‘책 읽어 주는 라디오’에서 방송된다. 이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공공 및 초중고 도서관에 유통하는 것은 물론 여러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개인에게도 판매된다. 시각장애인학교, 다문화자녀 등을 위한 무료 배포도 예정돼 있다. 추후 스마트폰용 앱 개발도 추진된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