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마음을 어느 정도를 가늠할 수는 있다. 바로 스티브 잡스가 사업 초창기 손으로 직접 제작한 개인 컴퓨터의 경매를 통해서다.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진행된 크리스티 경매에 ‘리케츠 애플-1’이 출품돼 36만6000달러(약 4억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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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케츠 애플-1. (출처=크리스티) |
리케츠 애플-1은 스티브 잡스가 아버지 차고에서 직접 제작해 판 초기 제품이다. 이웃 찰스 리케츠(Charles Ricketts)에게 대가로 받은 600달러가 첫 가격이었다. 지난 11일 낙찰가의 600분의 1이다. 이후 디지털 전문매체인 ‘디지털네이션’ 최고경영자인 브루스 월데크에게 팔렸지만 그가 파산한 후 정부가 보관해왔다. 이어 2004년에 버지니아 출신 수집가 로버트 루터가 경찰의 창고 경매에서 낙찰 받았다. 현재 이름인 ‘리케츠 애플-1’은 첫 소유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리케츠 애플-1은 잡스의 판매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잡스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마더 보드ㆍ키보드ㆍTV 모니터 등 하드웨어는 물론, 표준 구동 프로그램ㆍ오리지널 애플-1 스타트렉 게임 등 소프트웨어도 장착돼 있다. 모든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빙 서류까지 포함돼 가치가 더 높은 제품이다. 특히 마더 보드에는 잡스가 모델마다 남긴 코드와 시리얼 번호까지 남아있다. 예상 경매가가 600만 달러까지 책정됐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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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보드 내 코드와 시리얼 번호. (출처=블룸버그 캡쳐) |
애플-1은 2010년과 2013년에도 두대가 경매에 나오기도 했다. 당시 애플-1은 각각 21만2000달러와 38만7000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지난 11월엔 마더 보드만 있는 애플-1은 90만5000달러에 헨리포드 박물관의 소유가 됐다. 애플-1이 계속 경매에 출품되는 이유는 잡스의 초기 작품에 그의 천재성과 ‘아메리칸 드림’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매 전문업체 본햄스의 수석연구원 카산드라 해튼(Cassandra Hatton)은 “사람들이 애플-1에 열광하는 이유는 맨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 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존하는 애플-1은 약 50여대다. 앞으로도 계속 경매에 출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잡스를 추억하는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ouriran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