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과제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인 한국노총 등 노동자 단체와의 접점찾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합의문 내용 공표 범위를 둘러사고 막판에 틀어졌다. 그러자 그동안 노사정 대타협에 공을 들였던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사퇴 카드를 꺼내 들기에 이르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번에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못하면 개혁의 주체가 개혁대상이 될 것”이라며 “(노사장 합의기간을 연장하는 것과 같은) 플랜B는 없다”고 했다. 정부는 22일 노사정위 본회의 때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짜놓은 일정대로 구조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애초 정부와 노동계ㆍ재계는 노사정 대타협의 모범 사례인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에 버금가는 공동선언문과 14개 항목의 세부실행계획을 발표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었다. 1982년 네덜란드 병을 치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세나르 협약은 대원칙을 담은 노사 공동선언문에 78개 항에 달하는 가이드라인·공동의견·권고를 수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노동시장 개혁을 이뤄냈다. 우리도 이같은 협약이 성사되는 듯 했으나 막판에 한국노총이 상징적인 공동선언문만 발표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시간을 갖고 협상하자는 입장을 통보하면서 최종합의가 무산됐다.
정부가 22일 국민경제정책자문회의에서 발표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에는 비정규직 차별해소, 근로자 해고요건 명시,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 파견 업종 확대,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사안들이어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노사정 대타협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노총도 사안의 중대성에 공감했기에 당초 노사정위 합의문 작성에 동의했던 것이다. 각 현안에 심도있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죽도 밥도 안되고 우려했던 갈등 양상만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말에 관련 법을 입법예고하고 정부 내 규제심사 등을 거치면 3개월이 소요된다. 여기에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도 법안심사소위 의결과 같은 절차를 밟다 보면 다시 3개월이 걸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정치권의 총선 분위기, 국정감사 등 국회 하반기 일정으로 물리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정부의 최후통첩 시한인 22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만큼 노사가 대승적 타협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