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고조선유적 나온 춘천 레고랜드 부지개발 강행 논란
부동산| 2014-12-23 18:03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최근 강원 춘천시 중도(中島)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이 첫 삽을 뜬 가운데 지역 개발이냐 유적 보존이냐를 두고 레고랜드코리아 측과 시민단체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춘천 중도(中島) 고조선 유적지 보존 범국민운동본부’는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 발대식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범국민운동본부에는 국내 역사학자들을 비롯해 전국민족단체협의회, ㈔현정회, 한민족사연구회 등 민족, 역사, 시민 단체 100여 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발대식에서 “고조선의 역사적 실재성을 입증할 귀중한 유적지가 수익성을 앞세운 외국 투자자본에 무참히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에 개발을 저지하고 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한 범국민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운동본부를 결성한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레고랜드 코리아가 들어설 춘천 중도는 1960년대 말 의암댐 건설로 북한강 물길이 막히면서 의암호 한가운데에 생긴 섬으로 과거부터 종종 선사시대 유적이 확인됐다.

특히 1980년대 국립중앙박물관 발굴 조사에서는 신석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에 걸쳐 조성된 집터와 고인돌 등이 270여 기 이상 확인되면서 섬 전체가 대규모 집터로 확인된 바 있다.

그러다 최근 강원도가 외국, 국내 투자사와 손을 잡고 중도 129만1000㎡에 5011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를 2018년까지 조성하기로 하면서 유적 보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레고랜드 사업추진단이 5개 기관에 의뢰해 우선 1차로 발굴조사를 한 결과 고인돌 101기와 집터 917기, 구덩이(竪穴) 355기, 바닥 높은 집터 9기(高床式), 긴 도랑(溝狀遺構) 등 총 1400여 기에 달하는 청동기시대 유구(遺構)가 드러났다.

격렬한 논쟁 끝에 문화재위원회는 사업을 추진하되 고인돌을 기존 위치에서 테마파크 확장부지로 이전 보존하도록 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고, 이에 지난달 28일 공사가 시작됐다.

범국민운동본부는 “문화재청은 공청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은 채 중도 개발을 신속히 허가했다”라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중도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개발 실태를 확인하고, 내년 1월에는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중도 유적의 가치와 보전 방안 등에 대한 학술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문화유산 헌장에 따르면 문화유산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는 원상태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되어야 하고, 주위환경과 함께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개발 저지 운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업 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엘엘개발 측은 문화재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결과에 따라 고인돌 3개 군 36기를 이전 보관하고, 주요 주거지 2기는 역사박물관에서 전시,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강원도 레고랜드 추진단 관계자는 “강원도는 사업과 관련해 행정적인 지원을 할뿐 문화재 발굴 허가와 이전·보존 승인에 관한 모든 부분은 개발 업체의 소관”이라며 태도 표명을 피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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