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유가 40弗도 시간문제…하반기 반등 전망도…
뉴스종합| 2014-12-31 11:01
2014년 국제 석유 시장은 대혼란에 빠진 한 해였다. 셰일혁명 7년째를 맞은 미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생산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중동 중심의 에너지 패권 구도는 뿌리까지 흔들렸다. 궁지에 몰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 유지’란 카드를 꺼내들자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다. 심리적 저항선이던 배럴당 60달러선이 무너지고 급기야 50달러선까지 위협했다.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유가 때문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처하게 된 석유 시장, 2015년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유가, 40달러까지 추락”=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는 유가가 과연 어디까지 떨어지느냐다. 올해 상반기 산유량이 수요를 150만배럴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수급 불균형에 따른 유가 하락 지속은 불가피한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3.61달러, 브렌트유는 57.88달러로 5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브렌트유의 연간 낙폭은 48%로 2008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유가는 상반기 내내 하향 곡선을 그리다 바닥을 찍을 것이란 게 시장의 중론이다.

특히 배럴당 40달러까지 추락한다는 비관적 전망도 흘러나온다. 영국 애덤스미스연구소의 팀 워스톨 연구원은 최근 포브스 기고문에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로 가고 있다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됐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올해 유가가 50달러를 밑돌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60달러대를 점치는 비교적 준수한 내용의 전망도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WTI 평균가격이 배럴당 63달러로 지난해 4분기보다 12달러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로이터 통신 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 30명은 브렌트유 가격이 하반기 반등에 힘입어 올해 74달러, 내년 80.30달러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사우디 ‘치킨게임’=세계 석유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은 유가 예측을 위해 놓쳐선 안 될 포인트다.

양측의 힘겨루기에 먼저 불을 붙인 쪽은 미국이다. 미국은 2008년 시작된 셰일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일일 원유 생산량이 처음으로 900만배럴을 돌파했다. EIA는 올해 산유량이 93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사우디도 맞불을 놨다. 지난해 11월 OPEC 회의에서 사우디는 회원국의 하루 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더 나아가 OPEC 실세로 통하는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이 얼마가 됐든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OPEC 회원국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유가가 20달러든 40, 50, 60달러든 상관없다”면서 가격 유지에 중점을 둬왔던 OPEC의 기존 입장을 버리고 시장점유율을 고수하는 새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그동안 자국 산유량을 조절해 국제 유가의 균형을 찾는 ‘스윙 프로듀서’의 역할을 자처해왔지만, 이제 이를 포기하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국제 석유 시장의 40%를 주무르는 OPEC이 카르텔을 공고히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미국과의 생산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하루 3000만배럴이라는 산유량 쿼터를 지키지 않고 이탈하는 회원국이 나올 수 있어서다. OPEC의 신뢰체제가 와해되고 ‘각자도생’의 전쟁이 펼쳐지면 유가 하방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제프리 로젠버그 블랙록 최고투자전략가는 “OPEC은 카르텔을 유지하느라 곤욕을 치를 것”이라며 “회원국들은 국가 수입을 유지하려면 산유량을 늘리는 게 이득”이라고 우려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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