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연립ㆍ다세대(빌라)로 발길을 돌리는 ‘전세 난민’들이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수도권, 전국의 빌라 전셋값은 전년말 대비 각 4.00%, 3.40%, 3.31% 올라, 모두 2006년 이후 9년째 상승세가 이어졌다.
특히 전국 빌라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말 기준 1억81만원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말 기준 수도권 빌라 평균 전셋값은 1억1105만원, 서울의 경우 1억4597만원으로 더 비쌌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셋값 상승세가 아파트에서 빌라 등 다른 주택으로 번지고 있다”며 “특히 올해 서울은 재개발ㆍ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아 빌라 전세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아파트를 떠나 빌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
임대 수요가 많아지자 빌라 매매시장도 활기를 띠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지난해 빌라 매매량은 총 4만27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0% 가량 급증한 것으로, 2009년 이후 최대치다.
거래량 증가로 매매가도 들썩이고 있다. KB국민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 수도권, 전국의 빌라 평균 매매가는 전년말 대비 각각 0.34%, 0.22%, 0.90% 올라 모두 3년만에 반등했다.
아파트 전세난을 피해 빌라를 찾다가 아예 매매로 돌아선 사람들이 늘고, 빌라에 대한 임대사업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특히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 빌라를 신축해 임대사업을 벌이려는 투자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임박한 강동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에 정착한 재건축 아파트 세입자들의 빌라 전세 문의가 요즘 부쩍 늘었다”며 “빌라 임대 및 매매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빌라의 경우 아파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매수요가 적어 환금성이 떨어져 가격 적정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또 빌라를 구할 때엔 주차공간과 주변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아래 층에 상가가 있거나 골목 안에 있는 빌라의 경우 주차공간 확보가 어려워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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